“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2011년 11월25일 미국 뉴욕타임스 지면에 등장한 광고 카피다. 미국 내 최대 할인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의 첫날, 이 회사는 자사의 ‘제품을 사지 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결과는 카피와 정반대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회사 매출을 끌어올렸다. 자신들의 제품을 사지 말라는 카피가 역설적으로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을 부각한 덕분이다. 실리콘밸리의 교복으로도 불리는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얘기다.
친환경과 거리가 멀게 보이던 애플은 수년 전부터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8년 선보인 맥북 에어 신제품은 외관 100%가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애플이 수거한 낡은 아이폰 등 전자제품의 파편들을 긁어보아 알루미늄 합금을 만들고, 그것으로 컴퓨터를 제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카본 풋프린트)을 50%나 줄였다고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텍사스에 재활용 기술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재료 재활용 연구소’를 설립했다. 기존 전자제품 재활용 기술을 발전시킬 방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2018년 기준 780만대의 애플 기기를 재활용해 4만8000t의 전자 쓰레기 매립을 막았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단순히 이미지를 포장하는 수단을 넘어 매출과 직결되고 있다. 소비시장에서 잠재력을 가진 MZ세대의 경우 기업의 이미지나 소신에 따라 브랜드를 평가하고 소비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기업 경영의 인권적 측면이나 친환경 노력 등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디지털 경제와 온라인을 통한 정치·사회 참여가 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권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