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숙현 선수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은 폭력을 주도한 김규봉 감독과 주장 장모 선수가 지배하는 작은 왕국이었다.
최 선수와 함께 뛰었던 현역 선수 2명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선수와 자신들이 겪은 폭행을 폭로했다. 이들은 “그동안 보복이 두려웠던 피해자로서 억울하고 외로웠던 숙현이의 진실을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됐다.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증언에 나선 선수를 상대로는 옥상으로 끌고 가 뛰어내리라고 협박했고, 몸살이 걸려도 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른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몰래 휴대전화 잠금을 풀고 모바일 메신저를 읽는 등의 행동도 있었다.
또한 “팀닥터라고 부른 치료사가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속이고,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최숙현을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팀닥터의 성추행과 협박 등의 추가 혐의를 제기했다.
두 선수는 “선수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내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언니와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서지는 않은 6명의 선수는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다른 피해사례를 증언했다. 이들은 “감독이 발로 손을 차 손가락이 부러졌다”거나 “뺨을 때려 고막이 터지기도 했다”는 등의 폭행 사례를 밝혔다. 한 선수는 “맹장수술을 받고 실밥도 풀지 않았는데 수영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고, 다른 선수는 “감독이 2015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고교 선수들에게도 술을 먹였다. ‘토하고 와서 마셔, 운동하려면 이런 것도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며 “당시 최숙현은 화장실에서 엎어져서 속이 아파 소리만 질렀다”고 전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