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더니 전셋값까지 올렸다… 통합 “김현미, 책임져야”

전세시장 불안 고조 /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화 규제 / 전세 매물 더 사라질 것 불 보듯 / 정부·여당 ‘임대차 3법’도 추진 / 집주인, 전세가 미리 인상하거나 / 월세로 전환 가속화 전망 나와 / 전세가 상승, 매매와 차액 줄여 / 갭투자 유인, 또 집값 상승 악순환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상가의 부동산. 연합뉴스

“전세는 지금 부르는 게 값이에요. 보름 새 1억원 이상 올랐다고 봐야죠.”(서울 송파구 A공인중개사)

전세대출 요건을 강화한 6·17대책과 정부·여당의 이른바 ‘임대차3법’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전세시장에 불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가격과의 차액을 줄여 ‘갭투자’를 유인하고, 이는 다시 아파트값을 밀어 올린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으로 지적된다. 부동산대책이 새로운 대책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까지 우려된다.



6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의 경우 지난 4월 말 전용 84.8㎡형(14층)이 11억원에 전세계약됐으나 6·17대책 직후인 지난달 29일 거래(15층)에선 12억원으로 1억원 상승했다. 최근 호가는 이보다 5000만원 이상 올랐다고 한다.

전셋값은 최근 수년간 안정세를 보였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은 70.3%다. 지난 2014년 12월 이후 5년6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도 2억3542만원으로, 전달 2억3432만원에서 완만하게 상승세를 그렸다.

최근 전세값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이유로는 6·17대책이 거론된다. 6·17대책은 재건축조합원의 실거주 2년 의무화 규제를 새로 만들었다. 3억원 넘는 아파트 보유 시 전세보증을 막아 사실상 집주인이 본인 집에 거주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가됐다. 이미 1주택자 양도소득세 면제 요건으로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 상황에서 시장에서 전세매물을 더욱 사라지게 하는 정책이 시행된 것이다. 설상가상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절반 수준으로,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 줘온 세제 혜택 등을 없애려고 하는 움직임도 전세시장 불안감을 더한다.

 

정부가 집값 폭등 논란을 잠재우고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기에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를 강화해 다주택자 옥죄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정부와 여당이 이날 발의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3법은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에 ‘결정타’를 날릴 전망이다. 임대차3법은 전세 물량 감소와 전셋값 급등이 필연적이다. 추후 전셋값을 시장 상황대로 올리기 어려워지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미리 인상된 가격으로 재계약하려 들기 때문이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초저금리 상황도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법시행 전 보증금을 많이 올리거나, 2년이 아닌 4년마다 전셋값이 한꺼번에 많이 오르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전세 종말’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전셋값 불안이 전세시장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전세가격이 올라가면 전세를 끼고 적은 차액으로 집을 사는 갭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전세금 상승 부담을 지닌 수요자는 또 이참에 내 집을 마련한다며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만연한 현실이라 이 같은 ‘갈아타기’ 수요는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충북 청주시의 상황이 꼭 그랬다. 직방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거래된 청주 아파트 매매자를 분석한 결과 35%가 외지인이었다. 올해 내내 청주의 전세가율은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80%대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타 지역 대비 높은 전세가율로 투자금을 줄일 수 있어 수도권 규제를 피해 지방으로 방향을 선회한 갭투자자의 시선을 끌기에 청주의 모습은 매우 매력적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 “종부세 강화” 통합 “김현미 해임”

 

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 및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키로 하는 등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 입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실소유자 대상 공급 확대 등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2·16대책과 6·17대책의 후속 입법을 빠르게 추진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을 강화하겠다”며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위한 금융정책,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불발된 △종부세법 △소득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주택법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등 이른바 ‘부동산 5법’을 7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징벌적 수준의 종부세법과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부동산 밀집 지역에서 한 시민이 2020년 2분기 아파트 실거래가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를 대폭 강화하는 ‘싱가포르 모델’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모델은 실수요자에게 낮은 취득세(1∼4%)를 부과하지만, 다주택자에게 추가 취득세(최대 15%)를 부과하고,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면 양도세를 중과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에서 “아파트 투기 세력에 더욱 (대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서 아파트 투기나 갭 투자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훈식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민주당은 공급 확대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에 대한 ‘핀셋 공급’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신혼부부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늘어나게 하도록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SNS에 “공급 확대는 로또 분양으로 이어지고, 보유세 강화로 당장 매물이 나오리라는 것은 기대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진솔하게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정부 부동산정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박근혜정부에서 도입한 임대사업자 정책을 확대한 데 있다”며 “전세 임대사업자의 등록을 해지하고, 선진국 수준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야 집값 인상을 견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뉴스1

미래통합당은 부동산정책을 망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후 여당의 종부세율 강화 방침에 대해 “세금의 기본논리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소리”라며 “경제부총리가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도 될 둥 말 둥 한 게 부동산 투기인데 단편적인 이야기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절대 못 잡는다”고 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김현미 장관의 부동산 정책 목표는 가격 인상인 것 같다. 21번의 정책이 이토록 실패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해임건의안 제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아 비대위원은 “문재인정부의 두더지 잡기식 부동산정책이 전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 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비판했다.

 

나기천·이귀전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