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이 평생 사랑하신 민주당, 저를 성장시켜준 민주당에 헌신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는 8월29일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대를 이은 민주당과의 인연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이 의원은 7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표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저의 선친은 민주당의 이름 없는 지방 당원으로 청년 시절부터 노년기까지 활동하셨다”며 “그 민주당에서 저는 20년 넘게 크나큰 혜택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되어 민주당에 보답하는 것이 “저의 영광스러운 책임”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1952년 전남 영광군 법성면에서 아버지 이두만씨와 어머니 진소임씨 사이에 태어났다. 부친은 이 의원이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으로 일하던 1991년 5월, 모친은 이 의원이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2018년 3월에 각각 작고했다.
이 의원이 선친의 정치 이력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건 아주 오래 전부터다. 이 의원에 따르면 그의 선친은 평생 야당의 외길을 걸었고 중앙 정치 무대와 인연도 없었다. 1980년대 초반 전두환 5공 정권이 출범했을 때 상대적으로 호남 쪽 기반이 취약했던 민정당 측으로부터 “우리 당에 합류하라”라는 권유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 2006년 언론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당시 모친은 ‘자식들을 지조없는 사람의 자식으로 만드는 것은 참지 못하겠다’면서 선친의 여당행을 만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3년 여당인 민주당에서 ‘친노(친노무현)’가 중심이 된 열린우리당이 분당했을 때 열린우리당에 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은 것도 선친에 대한 기억, 그리고 당시만 해도 생존해 있던 모친 때문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분당된 직후 어느날 모친이 전화를 걸어와 ‘사람이 그러면 못 쓴다’면서 ‘신당(열린우리당)에 가지 말라’고 했다”고 그때를 회고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의원은 원래 고시 지망생이었으나 합격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집안이 워낙 가난해 고시 공부를 오래할 형편이 못 됐다고 한다. 이 의원은 총리가 되고 난 뒤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제가 아버지가 너무 가난하셔서 뜻한 바를 하기 어려웠다”며 “그래서 법조인 길을 못 갔고 (동아일보) 기자의 길을 걸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가난해서 총리가 됐다”며 “늘 어떤 고난이 축복의 위장일 수도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선친의 묘소 때문에 ‘불법’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올해 4·15총선을 앞두고 전남 영광에 있는 선친 묘소가 ‘매장 신고 미이행’이란 이유로 과태료 100만원을 부과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당시 이 의원은 “법에 정해진 대로 과태료를 물고 서둘러 이장하겠다”며 “세밀하게 따져보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