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거리서 표적 정보 수집… 최단기간 내 전송 [한국의 무기 이야기]

<28> 공군 정찰무기 / ② RF-16 ‘새매’ / KF-16과 유사… 날개에 장비 부착 휴전선서 北 동향 감시 핵심 역할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적군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정찰 활동은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끊임없이 이뤄진 작전이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투기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에는 항공기를 이용한 공중정찰이 각광을 받았다.

공중정찰은 U-2나 SR-71처럼 별도의 정찰기를 만들어 내륙 지역을 살피는 전략정찰, 전투기를 개조해 전선 인근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전술정찰로 나뉜다. 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적의 이동과 주둔 상황 등을 살피는 전술정찰은 대공화기 공격에 노출되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뛰어난 기동성과 생존성을 갖춘 전투기를 개조해 유사시 신속하게 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전술정찰기를 쓴다.



한국 공군도 1989년 미군에서 RF-4C 정찰기 10여대를 도입했다. F-4C 전투기 무장을 제거하고 기수에 탐지 레이더와 광학 카메라 등을 장착한 RF-4C는 평상시에는 휴전선 일대 북한군의 동향을 감시하는 등 대북 정보수집 활동을 펼쳤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는 한·미 전투기들의 대북 폭격 성공 여부를 확인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노후화가 심해지면서 운영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2014년 퇴역했다.

현재 공군은 RF-16 ‘새매’ 전술정찰기를 운용 중이다. RF-16은 KF-16 전투기 하부에 영상정보와 신호정보 수집용 전자포드를 장착한 형태다. 외관상으로는 KF-16과 매우 유사해 식별이 쉽지 않지만, 날개에 장착된 정보수집 장비를 통해 RF-16과 KF-16을 구별할 수 있다.

RF-16은 수집한 영상·전자정보를 네트워크 체계를 통해 최단 시간 내 지상으로 전송할 수 있다. 정찰 후 필름 인화와 현상, 정보 분석 등에 6시간 이상이 걸린 RF-4C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영상정보 수집 장비는 이스라엘산 콘도르-2와 국내에서 개발한 전술정찰 영상정보 수집체계(Tac-EO/IR)가 탑재된다. 콘도르-2는 최대 100㎞ 떨어진 지상 표적에 대한 광학·적외선 영상을 지상에 실시간 전송이 가능하다. 국산품인 전자정보 수집체계(ARD-300K)는 적 레이더와 미사일이 발신하는 신호를 수집, 아군에게 제공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RF-16은 송골매 무인정찰기와 금강백두 정찰기 등과 함께 휴전선 일대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다른 정찰장비처럼 RF-16도 수량이나 작전 방식 등은 공개된 것이 거의 없다. 외부에 노출된 사례도 많지 않다.

다만 RF-16을 처음 실전배치했을 때, 130여대의 KF-16 중 영상·신호 정보수집 장비 처리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기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행 중인 KF-16 성능개량사업이 종료되면, RF-16의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정찰장비와 관련된 정보 공개를 꺼리는 군의 정책을 고려하면, RF-16의 수량이나 성능개량 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은 당분간 비공개 정보로 분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