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팬들에게 손흥민(28)은 밝고 건강한 선수로 각인돼 있다. 경기 중 환한 얼굴로 동료들과 장난을 치는 장면을 수없이 보아온 덕분이다. 그렇기에 7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에버턴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나온 손흥민의 모습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한창 시합이 진행 중 동료와 언쟁을 벌이는 것이 TV 화면을 통해 노출됐기 때문이다.
마침 이날은 손흥민이 통산 155번째 출장으로 한국축구의 전설 박지성을 넘어 기성용(187경기)에 이어 EPL 최다 경기 출장 2위 자리로 올라선 날이었다. 기념비적인 경기에서 반드시 시즌 10호골을 만들겠다는 듯 그는 이전보다 한결 공격적으로 골문을 노렸다. 아쉽게도 골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적극적인 움직임이 득점을 만들었다. 전반 24분 손흥민이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해리 케인(27)에게 공을 연결했고, 케인이 다시 건넨 패스를 받아 나온 히오바니 로 셀소(24)의 왼발 터닝 슛이 상대 수비수 마이클 킨(27)의 몸을 맞고 골대로 들어갔다.
경기 뒤 조제 모리뉴 감독은 이날 충돌에 대해 “아름다운 장면”이라면서 “몇 마디 안 좋은 말이 오갔으나, 팀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커룸에서 두 선수에게 ‘너희 둘이 다시 똘똘 뭉칠 거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모리뉴 체제의 토트넘이 완벽하게 하나의 팀으로 뭉치지는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전설적 선수이자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가 게리 네빌은 “두 선수가 저렇게 싸우는 열정을 경기장에서 보여줬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