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가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민간투자사업 과정에서 위법·특혜 소지를 인지하고도 사업을 추진했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7일 감사원에 따르면 대구시는 2017년 A업체가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을 설치·기부하는 조건으로 20년간 시설 사용 수수료 등 명목으로 1894억여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수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민간투자법에 규정된 대표적인 민간투자사업(BTO)으로, 민간사업자가 준공한 사회기반시설의 소유권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갖는 대신 사업시행자가 공사비와 운영비 등을 회수할 수 있게끔 일정기간 관리운영권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대구시는 사업시행자 선정과정에서 최초 사업 제안자 외에 제3자도 사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사업 개요를 공고하고, 사업계획과 총사업비 평가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2016년 11월 해당 법을 적용해 사업을 제안한 B회사를 배제했다. 그러면서 공유재산법에 따라 사업을 하겠다고 한 A업체에서만 상세 제안서를 받고, 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대구시는 또 사업비 대출을 위해 수수료 등 사업시행 조건을 협약서에 명시해 달라는 A업체의 요구가 공유재산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알고도 업체 측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A업체는 사업자 선정절차는 면제받으면서 사업비는 보전받는 특혜를 얻게 됐다. 반면 대구시는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 총 213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게다가 A업체는 사업비를 조달하지 못해 준공 기한인 지난해 4월 기준 31%의 공정 진행률을 보였다. 대구시는 관계법령에 따라 사업 지연에 따르는 지연배상금 58억원을 부과할 수 있었지만, A업체와의 협약에 따라 29억원으로 하향 산정해 손실을 입었다.
이에 감사원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사업 부실을 초래한 권영진 대구시장에게 엄중한 주의를 촉구하라고 했다. 아울러 권 시장에게는 사업담당 관련자 4명에 대한 경징계 또는 주의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