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결국 자신의 지역구인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팔고 서울 서초구 반포 아파트를 지키기로 결정했다. 지난 5일 노 실장이 급매물로 내놓은 청주 아파트가 2억5000만원에 구두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노 실장이 청와대를 통해 ‘똘똘한 한 채’ 반포 아파트를 팔지 않겠다고 예고했을 때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 섞인 비판이 나왔던 터라 이번 구두계약 건을 놓고도 후폭풍이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7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노 실장 명의의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진로아파트(47평형·156.46㎡)의 구두 계약이 이뤄졌다. 노 실장 관리인이 해당 아파트를 2억5000만원에 팔겠다고 내놨으며 청주에 사는 한 여성이 해당 아파트를 사겠다고 나섰다는 전언이다.
A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정식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지만 구두 계약은 이뤄졌다”며 “매매가격이 조정될 수 있어 금액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노 실장 소유와 같은 면적의 청주 아파트 매물은 지난 11일 2억96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반포 아파트는 동일면적 매물이 지난해 10월 10억원에 매매가 이뤄졌으며 현재 호가는 15억원까지 올랐다. 노 실장이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의 아파트를 내놓고 반포 아파트를 지키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평수 아파트 호가가 하루 만에 1억원 이상 뛰었다는 소식도 들렸다.
청주 시민들은 아파트 구두 계약 소식에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회사원 김모(48)씨는 “노 실장이 입신양명을 위해 청주를 이용해놓고 결국 돈 앞에선 반포 아파트를 택한 것 아니냐”며 “3선까지 뽑아준 지역구 주민들을 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힐난했다.
민주당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컸음에도 노 실장이 구두계약을 서두름에 따라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7일 오후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영민 실장의 청주 집 처분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합당한 처신과 조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지난 6일 방송 인터뷰에서 “(노 실장이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한 결정은)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여러 비판 받을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지역구 주민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지적했다.
노 실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의원은 “충북도지사 물망에까지 오른 노 실장이 청주 집을 보유하고 서울 집을 파는 게 당연한 건데 반대로 한 이유가 의아하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강남불패’를 몸소 보여준 노 실장에게 청와대 비서실장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노 실장이 소유한 청주 아파트 단지는 320가구 규모로 1999년 준공됐으며 같은 평수의 시세가 2억3000만~2억9000만원 선이다. 노 실장은 이 아파트를 2003년 매입했으며 청주 흥덕을에서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이곳에 거주했다.
노 실장은 “서울 반포 아파트는 아들을 포함한 가족이 거주하고 있는 집이라 매도하기 곤란하다”고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이유를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