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라” vs “책임 회피”… 고위공직자 다주택 놓고 여야 격돌

정세균 국무총리(좌)와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우). 뉴시스

 

정부가 2급 이상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다주택’ 처분을 지시한 것을 놓고 9일 여야가 격돌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처분하게 맞다”는 여당과 달리 야당은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 수습을 엉뚱한 곳에서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8일)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정 총리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현황을 파악하는 등 조속히 후속 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다. 정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청와대 고위 참모들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까지 ‘다주택자’ 논란에 휩싸이며 정부와 여당을 향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진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야당 “정부 책임 회피하며 이제 와 엉뚱한 소리” 

 

야당은 즉각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책임 회피’라고 날을 세웠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제 와서 2급 이상 다주택 소유 공무원 실태 파악을 이야기하나.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 실패 호도를 위해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정부는 오래 전부터 공직자 재산등록을 해왔고 그 등록 상황을 민간에 공표해왔다”고 지적하며 “국민들이 안심할 경제사회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실패를 성난 민심에 기대어서 공직자들 집 처분하는 걸로 해결하려고 하는, 그게 22번째 대책 아닌가 의심들 정도”라며 “반헌법적 조치를 강요해서 성난 민심을 수습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라 정책 방향을 바꾸거나 정책 책임자를 바꿀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고도 꼬집으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3년 동안 22번의 대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정책이 실패했음을 뜻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지난 3년간, 부동산 정책의 총체적인 실패에 대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라. 그리고 정책실패의 주역인 청와대 정책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스스로 자신들의 정책을 비웃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다주택 고위공직자, 여당 다주택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연합뉴스

 

◆여당 “국민 눈높이에 맞춰 매각해야”

 

반면 여당 의원들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고위 공직자들이 다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고위 공직에 있는 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개인마다 사정이 있겠지만 그걸 너무 생각하지 마시고 1가구 이상 주택을 가진 분들은 처분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김 장관 경질 건과 관련해선 “인사(人事)는 대통령의 일이니 함부로 말하는 건 직전 총리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민주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전 의원도 이날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지금 문제가 되는 우리 정치권 인사와 고위공직자들은 3개월 이내에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며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따라주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참여연대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부동산 정책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의 경우 3급 이상 고위공무원들도 거주용 주택을 제외한 주택을 모두 매각하고, 매각하지 않으면 부동산 정책 결정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다주택자 국회의원 등의 주택 매각을 촉구하는 시민 13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박병석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