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저녁 방송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인사들은 "사실이냐"고 서로 물을 정도로 충격을 가누지 못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어떤 말도 하기 어렵다"고 언급을 삼갔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에 대한 별도 회의를 소집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적으로는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경찰의 수색 진척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황급히 상황 파악에 매달렸다.
일부 참모들은 퇴근을 미룬 채 비상대기를 하며 수색팀에서 새로 들려오는 정보에 신경을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박 시장의 신상에 대해 참모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아직 박 시장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만큼 신변에 대한 언급에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도 감지됐다.
특히 온라인 메신저 등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지라시'가 유통되자 이런 때일수록 잘못된 정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다만 실종 상태의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참모들은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다.
아울러 13일로 계획됐던 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발표 등 주요 국정 스케줄의 연기 가능성 등 이번 사건의 크고 작은 파장을 점치는 목소리도 조금씩 흘러나왔다.
한편 박 시장의 실종 소식이 전해진 9일 저녁 정치권은 큰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다.
이날 오후까지 정치권의 최대 이슈이었던 부동산 파동을 단번에 뒤덮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실종 보도가 나온 오후 6시 무렵부터 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한결같이 우려하는 표정이었다.
일부는 박 시장의 신변과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도부 관계자는 "당 관계자가 경찰청장과도 직접 통화했는데 박 시장의 신변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무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과 가까운 '박원순계' 의원들은 두세명씩 모여 걱정 속에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과 일부 의원들은 이날 아침에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박 시장이 몸이 아프다고 해 모임을 취소했다고 한다.
한 의원은 "박 시장이 단순히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모임을 취소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도 박 시장의 현재 상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일부 언론의 박 시장 '미투 의혹' 보도에 대해서도 "금시초문"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특히 전날까지도 박 시장이 먼저 요청해 이해찬 대표와 면담을 갖고 서울시 주택 문제 등을 논의했을 정도로 일상적인 시정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박 시장의 실종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사태 추이에 따라 10일 오전 예정된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원내 관계자는 "혹시나 신변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발표를 할 수 있겠느냐"라며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동향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통화에서 "워낙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 5일 박 시장과 CBS 라디오에 함께 출연했던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너무 충격적이고 예측불허의 세상을 살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한 비대위 핵심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워낙 여러 지라시가 난무하고 있다"며 "비대위 내부에서도 뉴스만 보고 있다. 사건에 대한 진실이 명확하게 나온 것은 아닌 만큼 특별히 할 이야기는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여러모로 엄중한 시국"이라며 "모쪼록 언행에 유념해 주시기를 각별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