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 성추행…피해자 여럿” 前비서 고소건 어떻게 되나

朴 사망으로 ‘공소권없음’ 처분 종결될 듯

9일 실종됐다 끝내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직 비서에게 전날 성추행 등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 접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인이 된 박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을 알았는지, 피소와 그의 실종·죽음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등이 밝혀지지 않은 채 해당 고소 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경찰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박 시장의 비서로 일했던 A(여)씨는 전날 변호사와 함께 서울경찰청을 찾아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이날 새벽까지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비서 일을 시작한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져왔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또 ‘신체 접촉 외에 박 시장이 휴대전화 메신저(텔레그램)를 통해 개인적인 사진을 여러 차례 보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가 본인 외에 더 많으며, 박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도 털어놨다고 한다. A씨는 박 시장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날 MBC 역시 ‘피해자(A씨) 본인이 경찰에 직접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고소장에는 성추행 피해 정황을 상세히 기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어제(8일)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게 해당 사안을 긴급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A씨가 피해 건수 등 일부 피해 사실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같은 보도 내용들에 대해서는 일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런 박 시장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의혹에 대해 “피소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만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5시17분 딸의 실종 신고로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인 끝에 이튿날 0시1분 북악산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오전 10시44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 공관을 나선 뒤 택시를 타고 성북구 와룡공원에 오전 10시53분 도착했고,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경찰은 “박 시장의 시신에서는 타살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고소인인 박 시장의 사망으로 A씨의 미투 폭로가 향후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 관심이 모인다. 일단 경찰 고소 건은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권 없음은 수사와 처벌의 대상이 사라진 만큼 더 이상의 형사절차 진행이 무의미하다는 취지에서 내려지는 처분이다. 경찰은 조만간 검찰에 사건 경과를 설명하고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려줄 것을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A씨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나 재판 등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라 외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