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정치권이 충격에 빠졌다. 당정은 부동산 대책 논의를 미루는 정치 일정을 멈췄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전날(9일) 밤 박 시장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이날 오전 7시30분으로 예정됐던 부동산 종합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를 취소했다. 당은 일부 일정을 취소하고 박 시장 장례절차 및 향후 정치 일정 등에 대한 내부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당·정·청은 전날 오후 긴급 협의회를 열어 1시간가량 부동산 대책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이날 오전 추가 당정협의를 열어 최종안을 확정 지을 계획이었지만 박 시장의 사망으로 취소됐다. 박 시장이 소속된 민주당에서는 “비상사태”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악재”라는 반응으로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 내부에서는 숨지기 직전 전 비서로부터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건에 휘말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망 이후 파장을 주시하며 당분간 사태 수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고위 당정 후 정부 합동 발표를 하기로 했으나, 이날 오전 당정청 회의에서 내용이 거의 확정된 만큼 정부 발표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오전 관계 장관 회의 이후 예정된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이날 브리핑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하고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이 배석한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공급’ 관련해 박 시장의 의견은 중요했다.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정부와 당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지역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박 시장 측에 요청해왔다. 장기적 도시 계획 등을 이유로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박 시장이 전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만남을 요청,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 일부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박 시장은 전날 가족의 실종신고 후 7시간여에 걸친 수색 끝에 10일 오전 0시1분쯤 삼청각 인근 산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