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과 깊은 인연… 해리스 美대사 “슬프다”

지난해 10월 미 대사관저 서울시민에게 개방하는 과정에서 협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부임 직후인 2018년 8월 박원순 서울시장과 처음 만나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복을 빌었다. 해리스 대사는 서울 중구 덕수궁 부근에 있는 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를 서울시민에게 개방하는 과정 등에서 박 시장과 협력한 인연이 있다.

 

해리스 대사는 10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박원순 시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어 슬프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그의 유족과 서울 시민들에게 위로(condolences)를 전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와 박 시장의 인연은 해리스 대사가 한국에 부임한 직후인 2018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군 대장으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내고 퇴역한 그는 2018년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한국 주재 대사에 임명됐다.

 

그해 8월 ‘상견례’를 가진 두 사람은 서울과 미국 주요 도시들 간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박 시장은 힘 닿는 범위 안에서 해리스 대사를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로 국내에서 반미감정이 극심했던 지난해 10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대학생들이 미 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 담을 넘어 무단으로 침입해 한·미 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뻔했다. 이에 박 시장과 해리스 대사가 ‘하비브하우스’를 한·미동맹 강화에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의기투합했다. 결국 그해 10월26일 토요일 서울시민들한테 하비브하우스를 개방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추모하며 SNS에 올린 글. 트위터 캡처

지금의 ‘하비브하우스’가 자리한 곳은 조선시대인 1883년부터 미 외교사절의 공관 부지로 쓰여 역사가 140년 가까이 된다. 1976년 대사관저 신축 당시 한국에 주재한 필립 하비브 대사(1971~1974년 재임)의 이름을 따 그렇게 지었다. 미 국무부 반대를 무릅쓰고 일부러 한옥 양식을 고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해리스 대사는 SNS에 서울시민들이 대사관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하비브하우스’를 둘러보는 사진 여러 장과 더불어 게재한 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뜻을 모아 서울 중심에 자리잡은 이 역사적인 공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말 뜻깊은 행사였다”고 강조해 박 시장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