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소재 한 빌라의 장롱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영아의 친어머니와 동거인이 구속됐다. 죄질이 나쁜 데다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판단이다.
최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20대 여성 정모씨와 동거인 김모씨에 대해 “소명된 피의사실에 따른 범행이 중대하다”며 “범행 후 피의자들의 행적 등에 비추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정씨와 김씨는 생후 2개월 된 남아를 돌보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 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앞서 지난 20일 세입자인 이들과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집을 찾아간 집주인이 장롱 안 종이상자에서 영아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주인은 이사를 하겠다는 세입자들의 연락이 없자 집 문을 열고 들어가 내부 청소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악경찰서는 빌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추적한 끝에 22일 정씨와 김씨를 부산에서 체포한 뒤 서울로 압송해 조사했고, 이튿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아의 시신은 부패가 진행돼 사인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앞서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바 있다. 시신에는 외상 흔적이 없었으며, 외부인이 집 안에 침입한 흔적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를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정황은 보이지 않아 살인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 최 부장판사 주재로 진행된 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20분여 만에 완료됐다.
오후 3시22분쯤 법원을 나온 정씨와 김씨는 “혐의를 인정하느냐”, “영장 실질심사에서 어떤 입장을 밝혔느냐”, “학대로 죽인 것이 맞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다.
두 사람은 경찰 호송차량에 탑승해 관악경찰서로 이동했고,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구치소로 압송됐다.
MBN에 따르면 지난 4월 이 빌라로 전입한 뒤 220만원 가량의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해온 이들은 ‘육아를 도와주겠다’는 관할 주민센터의 가정방문 서비스 제안을 거절했다. 나아가 정씨는 지적 장애가 있고, 사실혼 관계인 김씨는 숨진 영아의 친아버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숨진 영아를 시설로 보내겠다고 구청에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