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빈소에 文대통령 조화… 여성계, 또 발끈하고 나설까

안희정 모친상 때 이어 논란 2R 발생하나
문재인 대통령 조화가 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뜬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화를 보냈다. 고인이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과 관련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모친상 때에 이어 여성계가 발끈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박 시장의 경우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안 전 지사와 달리 수사나 재판으로 사실관계가 드러난 상황이 아니라서 분위기가 사뭇 다르단 평가도 있다.

 

10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박 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은 박 시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진 바 없으나, 박 시장과 사법연수원 동기(12기)로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날 조화를 보낸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안 전 지사의 모친상 때와 같은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 4일 모친을 여의었는데,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조기가 빈소에 빼곡히 들어차 여성계가 반발한 바 있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정의당은 조화를 보낸 문 대통령을 향해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아직까진 여성계나 정치권으로부터 별다른 논평이나 성명이 나오진 않았으나 박 시장의 빈소에 각계의 조화와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의당의 태도는 안 전 지사 모친상 때와는 180도 다르다. 이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망연자실할 따름”이라며 안타까워했고, 같은 당 김종철 선임대변인도 논평에서 애도를 표했다.

 

지도부와 달리 반발하고 나선 일부 인사도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고인(박 시장)께서 얼마나 훌륭히 살아오셨는지 다시금 확인한다”면서도 “그러나 저는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박 시장에 대한 조문을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서 당신은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서울시장 비서를 가리키는 말로 풀이된다. 류 의원은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대한 우려도 늘어놨다.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온라인 공간에서도 애도 분위기와 불편해하는 시각이 교차한다. 주로 친여 성향의 누리꾼들 사이에선 박 시장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의견이 많은 반면, 여성 누리꾼 중에서는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박 시장에 대해 애도 물결이 이는 상황을 못마땅해하는 이들이 적잖다. 다만 박 시장의 혐의가 수사·재판 등으로 밝혀진 게 아니라 안 전 지사 모친상 때에 비하면 다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박 시장의 딸의 실종 신고로 대대적인 수색에 나선 경찰은 이날 0시1분 서울 북악산 모처에서 숨진 박 시장을 발견했다. 박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는 내용의 유언장을 남겼다. 그러나 자신을 고소한 여성에 대한 사과 등 언급은 없어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