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모든 분께 죄송"…극단적 선택 '2차 가해', 서울특별시장(葬) 자격 없단 시각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자신의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 피소 /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당혹감, 실망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아
박원순 서울특별시장(葬) 반대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0일 시민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저마다 추모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박 시장이 자신의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당한 점을 들어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등 당혹감과 실망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지기로 한 그의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시민들은 박 시장의 생전 업적을 되새기며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트위터 이용자 "sky***"는 "너무나 큰 별이 어이없이, 황망하게 졌다. 지금을 견디기가 너무나 힘들다"며 박 시장의 명복을 빌었다.

 

다른 트위터 이용자 'Woo***'는 "박원순 시장을 한국 사회의 사회적 의제 설정자로, 누구보다 유연한 행동과 사고를 하신 분으로 기억하고 싶다"며 애도했다.

 

'oxU***'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 이용자는 "촛불 혁명을 이끄신 의인으로 역사가 기억할 것"이라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박 시장 성범죄 의혹 떠나 일단 추모에 집중하자"

 

박 시장의 성범죄 의혹을 떠나 일단은 추모에 집중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트위터 이용자 'kbk***'는 "박원순 시장의 공과를 떠나 오롯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적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chu***'는 "세상에 티끌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 건만, 하나의 별이 세상을 떠나 가슴이 아프다"며 "늘 많은 영혼을 위해 헌신의 삶을 살았던 그를 추모한다"며 슬퍼했다.

 

◆"박 시장 장례, 서울특별시장(葬)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야"

 

애도의 물결 속에 한쪽에서는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10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4시간여만인 이날 오후 3시 30분께 약 9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박원순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며 "성추행 의혹을 받는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썼다.

 

SNS에서는 서울시에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기로 한 결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넣었다는 '인증샷' 릴레이가 벌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설사 장례 결정이 기존 서울시 규정을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성범죄 고소가 들어간 이상,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를 기릴 순 없다"고 주장했다.

 

'ban***'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 이용자는 "여성으로서 (박 시장이) 안타까운 민주투사였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며 "성추행 의혹은 꼭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 이용자 'wke***'도 "잘못을 하고 죗값을 치르지 않은 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2차 가해"라며 "피해자한테는 공감하거나 함께 슬퍼하지 않으며, 박 시장의 죽음 앞에서만 슬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썼다.

 

◆박 시장 고소한 전직 비서 비난 메시지 잇따라…'미투' 운동 자체를 헐뜯기도

 

이날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를 비난하는 메시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합리적인 의심과 비판을 넘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일반에 대한 폄하로까지 이어지는 모습도 일부 보였다.

 

한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는 "고소인이 존재하기는 하나", "비서야, 그동안 뭐 하다가 지금 나타났냐" 등의 글이 올라와 수십 개의 추천을 받았다. "'미투 공작'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등의 표현도 등장했다.

 

고소인과 연대하는 의미로 박 시장의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정의당 류호정 의원에 대한 비난글도 다수 게시됐다.

 

일부 이용자는 서울시장 비서실에 근무한 이들의 명단을 뒤져 고소인을 색출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온라인에 캡처본이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비서야, 그동안 뭐 하다가 지금 나타났냐"…고소인 관련 음해성 글 자제해야

 

결국 이날 오후 3시께 이 게시판에는 "박원순 시장 고소인 관련 음해성 글을 자제해 달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박 시장은 9일 오후 5시 17분께 딸의 112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당국의 수색 끝에 10일 오전 0시 1분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이달 13일로 예정됐다.

 

한편 박원순 시장의 장례 이튿날인 11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청사 앞에서도 분향소가 운영되는 만큼 일반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질지 관심을 끈다.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고 분향소도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직 서울시장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전례가 없는 탓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