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 동안 치러지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뒤 숨지면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게 됐지만, “세금으로 성범죄(혐의)자의 장례식을 치르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의 지적이 빗발친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참여인원 42만명을 넘겼고, 법원에 이번 장례 절차를 막아달라는 가처분까지 신청됐다.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전날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란 제목의 청원 작성자는 “박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냐”며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5시10분 현재 42만5000여명이 참여 중이다. 서울시는 전날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청원 말고도 비슷한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서울시에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기로 한 결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넣었다는 ‘인증샷’ 릴레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공간 곳곳에선 박 시장의 장례를 두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등 비판도 제기된다.
한 누리꾼은 포털사이트의 관련 기사 댓글란에 “세금으로 성범죄자의 장례식을 치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미 이틀째 장례가 진행 중인데, 지금이라도 가족장으로 전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장례를 예정대로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겠다고 못을 박았다.
박 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박하게 장례를 치르자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고인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걱정과 우려, 문제제기를 잘 알고 있지만 고인의 삶을 추모하고자 하는 수많은 분의 애도와 마음도 최대한 장례에 담을 수 밖에 없음을 부디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일방적 주장’으로 규정하며 의혹 제기를 멈춰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고 박 시장은 지난 8일 비서로 근무했던 한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를 당했다. 이후 이튿날 집을 나선 박 시장은 실종됐고, 지난 10일 자정무렵 서울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이날 시민 500여명을 대리해 서울행정법원에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 형식으로 치르지 못하게 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가처분 신청은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을 상대로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가세연은 현직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인한 장례는 관련 법 규정이 없는데도 서울시가 법적 근거 없이 서울특별시장으로 장례를 진행해 절차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예산 낭비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세연을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는 “이번 장례에는 10억원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공금이 사용되는 만큼, 집행금지 가처분도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