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철만 되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다. 특히 한낮 무더위에 지친 몸을 뉘어 잠이 들려고 할 때면 꼭 찾아와 귓가를 맴도는 손님, 바로 ‘모기’다.
모기는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살고 있었다. 모기는 당시 공룡은 물론이고 현재의 소, 돼지 등 가축이나 사람까지 체내에 피를 가지고 있는 동물에게 달라붙어 흡혈했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흡혈을 하는 것이지만, 모기의 흡혈 활동은 인간에게 많은 괴로움을 준다. 단순히 물린 곳의 가려움을 넘어, 인류에게 해로운 질병까지 옮긴다. 말라리아와 일본뇌염, 뎅기열, 황열을 비롯해 치쿤구니야열, 웨스트나일열, 상피병 등 질병을 인간에게 전파하는 것이다. 모기가 사상충의 중간숙주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 올해 뎅기열의 경우 1월에 22명이 걸린 이후 지속해서 감소했다. 2월 14명, 3월 3명, 4월과 5월 각각 1명이 집계됐으며, 지난달에는 단 한 명도 뎅기열로 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는 “말라리아의 경우 경기 북부, 일본뇌염의 경우 경남과 경북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뎅기열이나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국내 서식 모기에서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말라리아나 일본뇌염의 경우 꾸준히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4∼20일 사이 경기 파주에서 채집된 말라리아 매개 모기인 ‘얼룩날개모기’ 5마리에서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확인됐다. 얼룩날개모기는 날개에 흑·백색 반점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말라리아는 보통 감염된 모기에 물려 감염된다. 초기에는 권태감이나 발열 증상이 며칠간 지속하다가 두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중증 환자에게는 황달, 혈액응고장애, 신부전, 간부전, 쇼크, 의식장애·섬망 혼수 등의 급성 뇌증이 발생하며, 신속한 치료가 결정적이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도 지난달 전북과 경북 등지에서 발견됐다. 작은빨간집모기는 논이나 축사, 웅덩이 등에 서식하는 작은 몸집의 암갈색 모기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은빨간집모기가 사람을 흡혈하는 과정에서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한다. 99% 이상은 무증상 또는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일부 급성 뇌염이나 수막염 등 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뇌염의 경우 경련 또는 성격 변화, 착란과 같은 중추신경계 증상이 나타난 후, 오한과 두통이 심해지면서 고열과 함께 의식 저하 및 혼수상태로 진행된다. 사망률이 20∼30%에 이른다. 회복되더라도 30∼50%가 반영구적으로 신경학적 후유증을 앓는다.
모기에 안 물리려면 시원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염 교수는 “모기는 추운 곳을 싫어하기 때문에 에어컨 등을 이용해 몸과 주변 온도를 시원하게 해야 한다”며 “말라리아나 일본뇌염 매개 모기는 밤에 흡혈하는 모기로, 잠을 잘 때 모기장을 치거나 모기 기피 제품을 적극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항간에 일고 있는 모기가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염 교수는 “코로나19는 사람 간 직접 전파로 진행되지, 모기와 같은 곤충을 통해 옮겨지지 않는다”라며 “특히 침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모기의 흡혈과는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최근 이탈리아 국립고등보건연구소(ISS)는 동물위생연구소(IZSVe)와 공동연구를 통해 일반 모기는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미신 깨기’(Myth busters) 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는 비말(침)로 확산하는 호흡기 바이러스로, 모기에 의해 전염된다는 정보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리고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