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中 2단계 무역합의 추진 안 할 것”

“코로나로 中과 관계 심각한 손상” / 대선 앞서 궁지 몰리자 책임 전가 / 홍콩보안법·위구르 등 대립 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중국과 사이가 나빠졌기 때문에 미·중 2단계 무역 합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플로리다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미·중 추가 무역 협상 전망을 묻는 말에 “지금은 그것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막았으나 이 바이러스가 미국 등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것을 방치했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올해 1월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했다. 미국이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첫 고율 관세 부과로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연 지 약 18개월 만에 미·중 양국은 휴전했다. 중국은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미국은 당초 계획했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를 철회하며 기존 관세 중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미국이 제기해왔던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환율 조작 금지 등에 관한 원칙적인 내용도 1단계 합의에 담았다.

양국은 보다 포괄적인 2단계, 3단계 무역 합의와 이를 위한 추가 협상을 예고했지만, 협상 일정을 잡지 못했고 그 사이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최악의 코로나19 피해국으로 전락해 궁지에 몰리자 중국에 그 책임을 전가했다. 또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남중국해 문제, 중국 위구르 자치 지구 인권 침해 문제 등을 놓고 양국의 대립은 격화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동결로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 당시에 약속했던 미국산 에너지 등의 구매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미국은 1단계 합의가 정상적으로 이행되면 2단계 합의를 모색할 계획이었으나 중국이 추가 협상을 통해 미국에 얻어낼 것이 별로 없다고 보고 2단계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