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까 말까 눈치보기… 세입자에 세금 부담 전가 우려도 [7·10 부동산대책 이후]

세금폭탄에 매물 쏟아지나 / 중개업소엔 세금 문의만 잇따라 / 다주택자들 매도시점 기다릴 듯 / 세 부담에 임대료 인상 가능성 / 靑 국토비서관 ‘강남 1채’ 선택 / 법인주택 기본공제 2021년 폐지 / 저가 갭투자그룹은 사라질 듯 / 등록임대제도 아파트만 폐지 / 투기수요 빌라·원룸 몰릴 수도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다주택자, 법인 보유 주택 등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상으로 더 걷히는 종부세수가 최대 1조원 중반대로 추산된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하상윤 기자

주택 보유세 부담을 크게 강화한 정부의 7·10 대책으로 고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종합부동산세는 물론이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까지 ‘트리플’ 과세 강화로 당초 집을 팔려던 다주택자들은 당분간 주판알을 굴리며 눈치 보기에 나선 모양새다. 양도세 부담에 주택을 매각할 계획을 철회하고 가족에게 증여하는 쪽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 충격 속 관망세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중개업소에는 이번 대책으로 세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를 묻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보유세 부담으로 주택 매도를 염두에 둔 상담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종부세 인상분 적용 시점이 내년 6월인 데다가, 지금은 이사철이 한참 지난 여름 비수기라서 당장 집을 팔려는 것보다 적정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려는 문의가 대부분이라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라고 해서 다 현금부자만 있는 건 아니고, 이 주변에는 대출을 낀 집 두세 채의 월세로 대출을 갚아가면서 노후 생활비 정도를 버는 사람도 꽤 있다”며 “원래 부자인 사람은 개의치 않겠지만, 이번 대책으로 월세 받아 노후자금을 대는 노부부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무서워서 집 팔아야겠다’면서 찾아오긴 하는데 막상 얘기를 들어보면 빈말인 경우가 많다”며 “일단 종부세가 오른 만큼 거래세도 늘어났기 때문에 조금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양도세 부담을 감안해 증여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정부가 이마저도 틀어막기 위해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할 때 내는 증여 취득세 인상 카드를 검토하자, 증여 절차를 서두르는 이들이 많다는 말도 나왔다.

집주인이 세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보유세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거나 기존 월세의 임대료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인사들의 다주택 처분도 잇따를 전망이다. 청와대에서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83.7㎡)와 세종시 소담동 아파트(59.9㎡) 중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해 1주택자가 된다. 윤 비서관은 이미 처분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비서관은 서울에서 계속 근무해 세종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점을 고려했지만, 일각에선 결국 청와대 참모도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인주택 급매, 등록임대 폐지 논란

7·10 대책으로 주택을 가진 법인이 내는 세금은 크게 늘어난다. 내년 6월부터 법인 주택에는 종부세 기본공제 6억원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격에 상관없이 주택을 가진 법인은 모두 종부세를 내고, 세부담 상한도 없다. 개인의 경우 주택 가액이 높을수록 종부세율이 올라가지만, 법인 주택은 주택 가액과 관계없이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다.

과거에는 개인이 절세를 목적으로 본인이 운영하는 법인에 주택을 파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굳이 법인을 통해 주택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내년 이전에 법인 주택 중 일부가 급매물로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법인 거래가 급증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한꺼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두세 명이 함께 법인을 만들어 저가 주택 갭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례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든 등록임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등록임대 개편방안으로 4년짜리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장기일반매입 임대를 폐지하고, 그 외 다른 유형의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아파트를 뺀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 등은 그대로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아파트와 비교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크지 않아 갭투기 수요가 아파트에서 다세대주택과 빌라 등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임대사업특혜 축소 3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에 따르면, 국내 등록임대주택 160만채 중 아파트는 40만채뿐이고 120만채가 다세대주택, 빌라 등이다.

 

박세준·박현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