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보유세 부담을 크게 강화한 정부의 7·10 대책으로 고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종합부동산세는 물론이고 양도소득세와 취득세까지 ‘트리플’ 과세 강화로 당초 집을 팔려던 다주택자들은 당분간 주판알을 굴리며 눈치 보기에 나선 모양새다. 양도세 부담에 주택을 매각할 계획을 철회하고 가족에게 증여하는 쪽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 충격 속 관망세
집주인이 세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떠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보유세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거나 기존 월세의 임대료를 올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인사들의 다주택 처분도 잇따를 전망이다. 청와대에서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83.7㎡)와 세종시 소담동 아파트(59.9㎡) 중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해 1주택자가 된다. 윤 비서관은 이미 처분 계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비서관은 서울에서 계속 근무해 세종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점을 고려했지만, 일각에선 결국 청와대 참모도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인주택 급매, 등록임대 폐지 논란
7·10 대책으로 주택을 가진 법인이 내는 세금은 크게 늘어난다. 내년 6월부터 법인 주택에는 종부세 기본공제 6억원이 적용되지 않는다. 가격에 상관없이 주택을 가진 법인은 모두 종부세를 내고, 세부담 상한도 없다. 개인의 경우 주택 가액이 높을수록 종부세율이 올라가지만, 법인 주택은 주택 가액과 관계없이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구조다.
과거에는 개인이 절세를 목적으로 본인이 운영하는 법인에 주택을 파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굳이 법인을 통해 주택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내년 이전에 법인 주택 중 일부가 급매물로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법인 거래가 급증한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한꺼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두세 명이 함께 법인을 만들어 저가 주택 갭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례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든 등록임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등록임대 개편방안으로 4년짜리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장기일반매입 임대를 폐지하고, 그 외 다른 유형의 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아파트를 뺀 다세대주택, 빌라, 원룸, 오피스텔 등은 그대로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아파트와 비교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크지 않아 갭투기 수요가 아파트에서 다세대주택과 빌라 등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임대사업특혜 축소 3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에 따르면, 국내 등록임대주택 160만채 중 아파트는 40만채뿐이고 120만채가 다세대주택, 빌라 등이다.
박세준·박현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