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 호소자가 기자회견 개최를 예고했다. 박 시장의 장례 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시장 지지자 일부가 피해 호소자를 지목해 “참교육을 시켜줄 것”이라며 2차가해를 예고한 바 있어 기자회견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피해 호소자 A씨 측 관계자들이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 시장에 대한 5일간의 서울특별시장(葬)은 이날 오전 영결식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기자회견에 A씨 본인은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기자회견엔 피해자 대리인인 본인과 여성의 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여성의 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A씨가 피해사실을 상담한 기관이다. 이들은 현재 A씨를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5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당시와 비슷한 형태의 대응이다. 무분별한 신상털기 및 2차가해 시도를 막기 위해 성추행 피해를 입은 여성의 입장 발표 등은 모두 시민단체를 통해 이뤄졌다. 오 전 시장은 피해 여성 측이 입회한 가운데 이뤄진 공증 내용에 따라 언론 앞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오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인 가운데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의 이같은 선제적 대응 때문에 무분별한 신상털기 및 2차가해 시도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A씨 측 대리인으로 나선 김재련 변호사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32기로 법조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이사 등을 지내며 성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을 위한 법률지원 등에 애써왔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여성가족부의 개방형 직위인 권익증진국장에 임용돼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그는 2018년 국내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시발점이 된 서지현 검사의 안태근 전 검사장 성추행 폭로 당시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