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기록들로 선수들의 우위를 가리는 야구, 농구와 달리 축구는 딱 두 가지 카테고리에서만 선수들의 순위를 가린다. 바로 득점과 도움. 둘 중 하나만 잘해도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두 가지를 모두 최상위권으로 해낸다면 그 선수는 곧바로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다. 슈팅과 패스 등 다양한 기술로 사실상 모든 경기를 지배해야만 이를 해낼 수 있어서다. 그렇기에 가치를 인정받는 기록이 ‘두 자릿수 득점-두 자릿수 도움’이다. 달성으로도 곧바로 리그에서 특별한 선수로 받아들여진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28)이 마침내 이 자리에 올라섰다. 13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경기에서 1골 1도움 활약을 펼쳤다. 지역 라이벌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은 2-1로 역전승을 거뒀고 손흥민은 10득점과 10개의 도움을 모두 채워냈다.
손흥민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격 첨병으로 케인 등 동료들과 함께 끊임없이 골을 노리더니 마침내 후반 36분 팀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손흥민이 오른발로 차올린 공을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31)가 머리로 돌려놓아 승부를 갈랐다. 이로써 손흥민은 자신의 생애 첫 리그 10호 도움도 기록했다.
아울러 만능 공격수의 상징과도 같은 리그 10골-10도움을 아시아 선수 중 최초로 완성해냈다. 최근 5시즌간 EPL에서 이를 작성한 선수는 올 시즌 손흥민 포함 단 9명뿐이다. 이 중 무함마드 살라흐(28·리버풀), 리야드 마레즈(29·맨체스터시티)는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그해 리그 최고 선수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따내기도 했다. 살라흐와 마레즈 외에도 알렉시스 산체스(32·인터밀란), 라힘 스털링(26·맨체스터시티), 르로이 사네(24·바이에른 뮌헨), 에당 아자르(28·레알 마드리드), 크리스티안 에릭센(28·인터밀란) 등 기록을 작성한 모든 선수가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올 시즌도 케빈 더브라위너(29·맨체스터시티)와 손흥민 등 단 두 선수만이 득점과 도움에서 나란히 두 자릿수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런 쾌거에 손흥민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경기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오늘따라 팬분들이 더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서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