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사건 ‘공소권 없음’…경찰 "2차 가해는 당연히 수사”

“해당 사건 조사는 서울시 감찰이나 국회 진상조사단 구성이 적법하다”는 입장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한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경찰에 요구하며 경찰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 박 시장이 사망하며 법적 절차에 따라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피해자를 향한 ‘2차 피해’에 관해선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과 서울경찰청은 이날 박 시장 고소인 측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아직 별도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이날 오후 고소인을 지원하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경찰은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까지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제24조를 들어 이 사건에 관한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 조항에는 ‘성폭력 범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공무원은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인적사항·사진 등이나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비밀을 공개·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박 시장이 사망한 사실 또한 경찰이 입장을 표명하는 데 고민요소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피의자가 사망하거나 피의자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게 된 경우 수사기관은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 이에 따라 경찰은 피고소인인 박 시장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소인 측은 “피고소인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자를 향한 비난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사건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일이 인권 회복의 첫 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재 경찰은 서울시 감찰이나 국회 진상조사단 조사 등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절차상 적법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소인을 향한 신상털이 등 ‘2차 가해’가 온·오프라인에서 벌어지고 상황은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소인 A씨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차 가해와 관련해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경찰도 고소인을 향한 추가 가해에 대해서는 “당연히 수사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한 성추행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가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낸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A씨 측 요청에 따라 관할 경찰서를 통해 A씨 신변보호 조치도 하고 있다고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 제출 당시부터 신변보호 의사를 당사자에게 물어 관련 조치를 해온 것으로 안다”며 “전담 보호경찰관을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는 20일 열리는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행정안전위원회가 담당한다. 행안위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를 대상으로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서울시 관계자들도 불러 사실관계를 따져볼 방침이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