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비서 측 "이 사건은 박원순 전 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4년간 지속됐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본인 속옷 차림 사진 전송, 늦은 밤 비밀 대화 요구, 음란 문자 발송 등 점점 가해 수위가 심각했다. 심지어 부서 변동이 이뤄진 후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정(왼쪽 사진)과 박원순 시장 성추행 고소인의 변호인이 공개한 비밀대화 초대 화면. 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고소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직 비서 측이 1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4년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사건은 박원순 전 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이라며 "이는 4년간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또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승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본인 속옷 차림 사진 전송, 늦은 밤 비밀 대화 요구, 음란 문자 발송 등 점점 가해 수위가 심각했다. 심지어 부서 변동이 이뤄진 후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 시장 전 비서 측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밝힌 고소 진행 경과에 따르면 전 비서는 피해 호소 이후 지난 5월12일과 같은 달 26일 대리인 측과 상담을 진행했다.

 

이후 전 비서 측은 박 시장 상대 고소장을 지난 8일 오후 4시28분께 경찰에 제출했고, 당일부터 다음날인 9일 오전 2시30분까지 밤샘 조사가 진행됐다. 이 가운데 박 시장은 9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소 내용은 박 시장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텔레그램 포렌식 결과물, 비서직을 그만둔 뒤 심야 비밀대화에 초대한 증거도 냈다"며 "이날 오전에는 피해자에 대한 온·오프라인상 가해지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추가 고소장을 서울경찰청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는 박 시장 전 비서가 내놓은 첫 입장 대독도 이뤄졌다. 여성계에서는 의혹 주장이 그간 미뤄진 배경엔 '피해를 사소화하는 반응 등이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대독한 박 시장 전 비서 입장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련했다. 너무 후회스럽다"면서 "처음 그때 저는 소리를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긴 침묵의 시간에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다", "법의 심판과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면서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아울러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많은 분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면서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서 이 소장은 "곧바로 보고하지 못한 것은 내부에 요청했으나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 업무는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며 피해를 사소화하는 반응에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부나 문제 제기 못하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특성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전형적인 직장 내 성추행임에도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 고소 더 이상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결코 진상 규명 없이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부소장은 박 시장 전 비서와 관련해 "더 이상 피해자 심리적 상황이 비밀을 유지하며 지내기 어려워 고소를 망설이다가 결심한 것"이라며 "(박 시장이) 그런 선택한 것은 전혀 몰랐던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 전 비서 측은 정부와 서울시 차원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여성계에서는 의혹 관련 실체를 밝히기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는 선언도 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인권회복의 첫걸음"이라며 "경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입장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온라인상에 고소장으로 떠도는 내용의 진위에 관해 "저희가 수사기관에 제출한 문건이 아니다", "사실상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문건 유포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라는 언급이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에 대해 "다른 사람이 있는지 모른다"고 답변했으며, 사건 관련 외압이 있었는지는 "청와대나 어디서든 이 사건에 대해 압박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기자회견에 앞서 "부디 생이별의 고통을 겪고 있는 유족들이 온전히 눈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고인과 관련된 금일 기자회견을 재고해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경찰이 박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13일 "행정부 각 부처는 중요한 사안을 대통령 비서실에 보고해야 한다"며 "이달 8일 박 시장에 대한 고소를 접수한 뒤 청와대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고소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경찰에서 진술 조사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청은 고소장을 접수한 지 얼마 안 돼 경찰청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경찰청은 8일 저녁 박 시장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박 시장이 언제 피소 사실을 파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