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최저임금, 1.5% 오른 8720원… “IMF 때보다 덜 올라”

노동계, 전면 투쟁 예고… 경영계 일각 “인상 못 받아들여”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취재진이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130원)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당시(2.7%)보다 낮은,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노동계는 전면 투쟁을 예고하는 한편, ‘삭감 또는 동결’을 주장했던 경영계 일각에서도 “인상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전날 개최된 8차 회의가 밤샘 협상으로 날을 넘기면서 자동으로 차수가 변경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872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182만2480원이다. 월급 기준 올해보다 2만7170원이 많다.

 

역대 최저 인상률을 기록한 이번 최저임금은 정부 측 인사인 공익위원이 제출한 안이 표결로 채택되면서 결정됐다. 공익위원은 노사에게 수정안을 3차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하며 노사 입장차 조율에 나서며 경영계 8635원(+0.53%), 노동계 9110원(6.1%)까지 이끌어 냈지만 더이상 이견을 좁힐 수 없어 이같은 공익위원안을 제출했다.

 

공익위원의 1.5% 인상안이 공개되자 회의장에 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5명과 사용자위원 2명이 항의하며 퇴장했다. 남은 공익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7명이 표결을 진행해 찬성 9표, 반대 7표로 공익위원안이 채택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추천한 근로자위원 4명은 앞서 경영계의 연이은 삭감안 제출에 전날부터 회의에 불참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2.7%),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10년(2.75)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공익위원들은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0.1%), 2020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1.0%)을 반영해 인상률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쟁취, 사용자 삭감안 즉각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93만∼408만명에 이른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 비율인 최저임금 영향률은 5.7∼19.8%로 추산됐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모두 반발했다. 한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공익위원 스스로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 선고를 내렸다”며 “사용자위원의 편을 들어 스스로 편파성을 만천하에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날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이 소폭으로 인상됐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걷히지 않는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 평균 수익은 98만9600원에서 9.38%가 감소한 89만6800원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