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56) 경기도지사가 정치 운명이 걸린 상고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이어가게 됐다. 앞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이미 목이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며 ‘단두대 운명’에 자신의 처지를 비유했던 이 지사는 대법원 판결로 벼랑 끝에서 회생했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13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상고심 공판에서 “이 지사의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을 회피한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 중 7명은 이 지사가 지난 2018년 5월과 6월 경기도지사 후보자 TV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허위사실공표)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한 것이 아닌 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후보자 간 치열하게 질문과 답변, 공격과 방어가 펼쳐지는 토론회 특성상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일방적으로 표현하는 연설과 달리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 지사가 소극적으로 방어하거나 일부 부정확·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한 것을 두고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그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도 판단했다.
이 지사가 받는 혐의는 직권남용 혐의 1개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3개다. 이 가운데 친형인 고(故) 이재선씨의 강제입원 시도 사건이 직권남용 혐의와 허위사실공표 혐의 1개와 연관됐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를 받는다.
아울러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 “정신질환이 있어서 적법하게 강제진단하다 중단했다”고 답한 것이 허위 발언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를 받았다.
앞서 이 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는 일부 사실을 숨긴(부진술) 답변이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돼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다만 1, 2심 모두 이 지사가 실제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킨 것으로 보지 않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사실상 ‘사법적 면죄부’를 주면서 대선 행보 등 이 지사의 정치 행보가 빨라지리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이 지사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로써, 앞으로 정치 행보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전합 선고는 이례적으로 TV 및 대법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전합 판결이 TV 생중계되는 것은 지난해 8월29일 박근혜(69) 전 대통령 등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짓는 만큼 큰 관심이 쏠렸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