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 1명과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16일 이뤄진 대법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 선고는 총 12명만 심리에 참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이 지사에게 강력한 ‘원군’ 노릇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선수 대법관이 심리에서 스스로 회피했기 때문이다. 이 지사 역시 과거 변호사 시절 민변 회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TV 등으로 전국에 생중계된 이 지사 상고심 선고에서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재판부 구성과 관련해서 잠시 말씀드리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선수 대법관님은 이전에 피고인(이 지사)의 다른 사건에서 변호인이었던 것을 고려하여 이 사건을 회피하셨다”며 “이에 따라 김선수 대법관님은 이 사건 심리와 합의, 선고 등 재판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판사는 피고인 혹은 그 변호사와 ‘특수한’ 관계이면 심리에서 빠질 수 있다.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 같은 하급심에선 이런 경우 사건을 다른 판사 혹은 재판부에 재배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대법 전원합의체는 대한민국에 단 하나뿐이라 ‘재배당’이 불가능한 관계로 해당 대법관이 심리에서 스스로 회피를 선택하곤 한다.
김 대법관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지난 2016년 경기도가 성남시의 청년배당 등 이른바 ‘3대 무상복지 사업’에 제동을 걸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을 때 성남시 측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한 바 있다. 그때 경기지사는 남경필 전 지사, 그리고 성남시장은 이재명 현 경기도지사다.
당시 성남시는 “경기도가 대법원 제소까지 강행한 것은 남경필 지사 스스로 지방정부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자해’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변 회장을 지낸 김선수 당시 변호사, 참여연대 사회복지분과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 법무법인 지향 김진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변호인단을 꾸렸다.
대법 전원합의체가 대법관의 회피로 ‘결원’이 생기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2009년 삼성 에버랜드 CB 저가발행 사건 상고심이 몇 안 되는 사례의 대표로 흔히 꼽힌다. 삼성 측이 피고인인 이 사건에서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변호사 시절 삼성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안대희 당시 대법관은 대검 중수부장 시절 삼성 기소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각각 심리를 회피했다. 이에 전원합의체 선고가 대법관 11명만 참여한 가운데 내려져 화제가 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