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 상고심 판결은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원장·대법관 12명이 심리에 참여해 7(무죄) 대 5(유죄)로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법조계에선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들어 전원합의체가 이토록 극심하게 분열한 건 처음인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대법관 외에 현 문재인정부 들어 대법관이 된 이들도 소수의견에 가담한 점이 눈길을 끈다. 대법원에 입성한지 얼마 안 되는 ‘막내’ 대법관도 다수의견에 반기를 들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다수의견 대법관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필두로 권순일·김재형·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이다. 소수의견에 가담한 이는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이다.
박상옥 대법관과 이기택 대법관은 박근혜정부 시절 대법원에 입성했다. 각각 검찰 고위간부, 그리고 정통법관 출신인 두 대법관은 현 사법부에서 ‘강성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2018년 종교적(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도 “종교적 병역거부는 인정할 수 없다”며 “병역거부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안철상·이동원 두 대법관은 정권교체 후 김명수 대법원장 제청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 둘 다 정통법관 출신으로 ‘온건한 보수’ 성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 대법관의 경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법원 차원의 진상조사가 한창이던 2018년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돼 1년 남짓 재직하며 극심한 마음 고생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대법관 중 한 명이 2년 이상 맡는 행정처장직을 1년도 안 돼 내던지고 “행정 대신 재판에만 전념하겠다”며 재판 업무로 복귀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노태악 대법관이다. 지난 3월 대법원에 입성한 그는 현직 대법관들 가운데 ‘막내’에 해당한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법원도 엄연히 위계질서가 있는 조직인데 취임 4개월 밖에 안 된 신참 대법관이 다수 선배들과 상충하는 반대의견 쪽에 서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태악 대법관은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에 의해 이른바 ‘나쁜 사람’으로 찍혀 한직을 전전했다가 문재인정부 들어 화려하게 부활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동생이다.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의 대학(한양대 법대) 후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서울고법 부장판사이던 노태악 판사가 대법관 후보로 지명되자 ‘코드 인사 아니냐’ 하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