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금 숨쉬는 것조차 감사… 국민이 정해준 역할할 것”

李지사 ‘고맙습니다’ 페북 글
“어머니 맘 속 한 못 풀고 눈감아… 제 가족사 공적 의제 되지 않길”
이낙연 의원 대해 “인품 훌륭… 文정부 성공 위해 함께 최선”
감사 인사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 결정으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 직후 “돌아보면 감사한 일뿐”이라며 “지금 여기서 숨 쉬는 것조차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달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고맙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계속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함만큼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고 말했다.

 

또 “더는 제 가족사가 공적 의제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불공정, 불합리, 불평등에서 생기는 이익과 불로소득이 권력이자 계급이 되어 버린 이 사회를 바꾸지 않고서는 그 어떤 희망도 없다”며 “오늘의 결과는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라는 여러분의 명령임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동세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흔들림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돌아가신 어머님께 애달픈 사모곡(思母曲)도 바쳤다. 이 지사는 “(어머니께서) 이 결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 3월13일 생을 마감하셨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속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고 토로했다. 그는 “애증의 관계로 얼룩진 셋째 형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제 가족의 아픔은 고스란히 저의 부족함 때문이며 남은 삶 동안 그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셋째 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해 각종 송사에 휘말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도 관계자는 “이 지사가 집무실에서 홀로 대법원 선고를 TV로 지켜봤다”면서 “점심식사도 도시락과 삼계탕 국물로 혼자 해결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날 오후 도청을 나서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이낙연 의원과의 관계를 묻는 말에 “(이 의원은) 인품도 훌륭하고 역량도 뛰어난 분이기에 존경한다”며 “함께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또 “제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정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조직·계보·지연·학연도 없는 외톨이”라고 평가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선 “정치적 자산이 없는 변방의 장수여서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런 이유조차 제 부덕의 소치이고 저로 인해 발생한 것이기에 특별한 감정은 없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소수 의견에 대해선 “여러 대법관님께서 숙의한 결론이 중요한 것이기에 존중한다”고 밝혔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