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임기 시작 47일 만인 16일 개원식을 열고 정상화했다. 1987년 민주화 시대가 열린 이후 가장 늦게 개원하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해온 기존 관행을 무시하고 원구성 협상을 추진하다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는 ‘독식 국회’를 만들어냈다. 이에 따른 야당의 반발로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대화와 타협의 원칙이 가동되기 힘든 갈등 상황에서 출범하게 됐다. 여권이 추진 중인 부동산 대책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쟁점 현안 처리도 야권을 배제한 상태에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는 이날 개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연설과 박병석 국회의장의 개원사를 들은 뒤 여야 의원 전원의 선서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지난해 10월22일 시정연설 이후 9개월 만이다.
민주당은 당장 부동산 관련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세법과 임대차 3법을 처리할 것”이라며 “고가주택 집주인들이 세금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를 차단하려면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국민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고, 집 가진 사람들을 모두 범법자 취급하는 징벌적 과세에 조세저항 움직임마저 보인다”고 비판했다.
공수처 설치를 놓고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당은 공수처법 위헌 여부를 가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관련 협상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공수처 관련 안건들을 밀어붙이면 국회 파행은 불가피해진다.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재계와 통합당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법안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최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다중대표 소송은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의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로 기업에선 소송 남발 등으로 인한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을 상향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에는 박 의원뿐 아니라 박정·전해철 의원도 관련법을 발의하며 동참했다.
민주당은 이날 개원식에 앞서 열린 본회의에서 전해철 의원을 정보위원장으로 선출하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자당 의원으로 채웠다. 통합당과 국민의당은 불참했고 정의당은 참석했으나 투표는 하지 않았다.
이현미·박현준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