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수사 대규모 TF 가동

"서울시 방임 및 묵인, 2차 가해 방지 위한 조치”

경찰과 검찰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수사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법원이 박 전 시장의 통신영장을 기각시키면서 시작부터 사건의 실체 파악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이날부터 임용환 서울경찰청 차장을 팀장으로, 송병일 생활안전부장과 김갑식 수사부장을 부팀장으로 하는 대규모 수사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TF를 격상해 수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임 및 묵인 등에 관한 부분과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대규모 수사인력으로 신속한 수사를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이 신청한 박 전 시장에 대한 통신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진상 규명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서울북부지법은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경찰이 지난 14일 신청한 통신영장을 기각했다. 북부지법 관계자는 “변사자 사망 경위 관련, 타살 등 범죄와 관련되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개인 휴대전화 2대의 통신영장을 신청하면서 공용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을 추가 확인하기 위해 새로 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실종 직후 발부된 영장으로 공용 휴대전화의 8∼9일 일부 시점에 한정된 통화내역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청과 청와대, 서울시청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 4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이창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직접수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 수사를 위해 서울시 관계자 등 박 전 시장 주변 인물에 대한 참고인 소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 피소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와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폭력방지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최근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발생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보면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유지혜·이도형·남혜정 기자 keep@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