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소인 측이 박 시장이 샤워하면서 벗어둔 속옷을 비서가 집으로 가져다주는 등 비서의 업무에 성희롱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밝힌 가운데 고소인 측이 서울시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8일 뉴스1과 전화통화에서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서울시가 비서진들에게 성희롱적인 업무를 맡기고 있었다는 게 증명되면 서울시에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18일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비서들의 업무 성격은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며 "성희롱, 성차별적 업무가 강요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고 (여성 비서들은)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받았다"며 "샤워를 마친 시장이 운동복과 속옷을 벗어두면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성추행 같은 경우는 보통 둘만 있을 때 벌어지고 박 전 시장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증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하지만 비서진들의 업무 중 성희롱적인 업무가 있었다고 한다면 다른 비서들을 통해서나 업무 지침을 통해서 증명될 수 있어 서울시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측이 아닌 서울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유는 박 전 시장이 사실상 상속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재산을 마이너스 6억9091만원으로 신고했다. 박 전 시장 측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제기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시 비서진들의 업무에 대해 박 시장이 관여하고 있었거나 성희롱, 성차별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인지했는지도 증명된 바 없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또 2018년에 발간된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사건처리 매뉴얼'에 따라 성희롱적인 업무지시를 한 비서들은 내부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매뉴얼에는 '공공기관'(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각급 학교·공직유관단체)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불특정 객체에게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을 유발하거나 불응을 이유로 한 고용상의 불이익이 발생시켰다면 성희롱으로 본다고 명시했다.
한편 서정협 서울시 권한대행(행정1부시장)은 과거 비서실장으로 근무했으며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와 1년 정도 근무기간이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서정협 권한대행은 비서실장 재직 당시 이번 사안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며 이번 사건과 서 권한대행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날 서울시는 전원 외부전문가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시장 사망 경위 파악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가 18일에도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임 특보의 소환은 예정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오후 서울시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는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찰은 알려진 것과 달리 임 특보가 출석을 거부한 것은 아니며,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임 특보가 (출석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 개인 사정으로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받지 못했다"며 "계속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