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故 박원순 성추행 의혹', 국민들께 송구"

경찰 "이번 주 중 임순영 젠더특보 소환조사"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9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경찰은 이번주 중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처음 인지하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별보좌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정 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저는 이 기회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미래에 국민들이 유사한 사례로 걱정하시지 않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미래지향적으로 대비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피해자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유감의 뜻을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권에서 성추문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지도자적 위치에 있는 분들은 이 부분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성찰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최근 정부 여당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한 질문에는 “지난 한두 달 사이에 급격하게 지지율이 하락한 점에 대해 매우 아프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통령도 지지율 하락을 무겁게 받아들이시는가’라는 질문에는 “내색은 직접 안 하시나 그러실 것이라 본다”며 “이심전심으로 우리가 잘 대비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인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번주 중으로 임순영 특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고소 사건 유출 의혹 등과 관련해 임 특보의 진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근 출석일정을 조율해왔다. 임 특보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하기 전인 지난 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을 찾아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시냐’고 물어본 당사자다.

19일 오후 서울 성북경찰서 입구에서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소환조사에 대비해 폴리스라인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앞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지난 18일 서울시 관계자 1명을 소환해 박 전 시장 비서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데도 은폐를 시도했는지와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묵살했는지 등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성추행 방임·묵인 혐의로 서울시 관계자들을 고발한 바 있다.

 

한편,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서울시의 자체적인 합동조사단 구성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서울시 직원 성희롱·성추행 진상규명 합동조사단’에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 여성단체의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시는 지난 15일과 16일 두차례에 걸쳐 두 단체의 합동조사단 참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진실규명에 대한 시민 요구에 응답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사건에는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한 언론에 “제3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진정 사건의 조사에는 응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관련 단체와 추가 협의를 하고 필요할 경우 피해자가 직접 주체가 돼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지난 12일 박 전 시장의 인권침해 행위와 이를 방조한 서울시청 공무원들을 조사하고, 책임자 징계 등 관련 조치를 권고해달라고 인권위에 진정했다.

 

송민섭·이강진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