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27·스릭슨)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주목을 받은 한국남자골프의 기대주였다. 아마추어 때 전국 대회에서만 7승을 올렸고 2013년 군산CC 오픈을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2015년에도 같은 대회에서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신인왕, 상금랭킹 3위, 대상 2위, 최저타수 2위에 오르며 데뷔 첫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수민은 또 투어 2년 차이던 2016년 유럽프로골프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하며 본격적으로 유럽 무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세계무대는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결국 국내로 복귀했다. 코리안 투어 시드를 잃은 그는 2018년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다시 KPGA 투어에 간신히 복귀했다.
미소년 스타일로 ‘필드 위의 왕자’로 불리는 이수민은 준우승만 두 차례 하다 지난해 10월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제패해 4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상금왕도 거머쥐었다.
노련미를 앞세운 이수민이 패기의 김민규(19·CJ대한통운)를 제압하고 연장혈투 끝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이수민은 19일 충남 태안의 솔라고 컨트리클럽 라고 코스(파72·7263야드)에서 열린 KPGA 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4라운드까지 최종합계 50점을 기록해 동점인 김민규, 김한별(24·골프존)과 연장전에 들어갔고 2차 연장에서 과감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를 갈랐다. 통산 4번째 우승이며 우승상금은 1억원이다.
이번 대회는 국내 처음으로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렸다. 버디 2점, 이글 5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상은 -3점을 부여해 합계 점수가 많은 선수가 높은 순위에 오르는 방식이다.
김한별이 이날만 21점, 이수민이 20점을 쓸어 담으며 먼저 경기를 마쳤다. 김민규는 17번 홀(파5)에서 2m짜리 이글 퍼트를 아깝게 놓쳐 연장전에 합류했다. 연장전에서는 이수민의 경험이 돋보였다. 그는 18번 홀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전에서 우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세 선수 중 가장 먼 4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했다. 김한별은 약 1.5 버디 퍼트를 놓쳐 탈락했다. 두 번째 연장전에서 이수민은 3 버디 퍼트를 떨어뜨렸고 김민규는 두 배 정도 긴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김주형(CJ대한통운)이 지난주 군산CC 오픈에서 최연소 우승(18세 21일) 기록을 세운 데 이어 김민규가 두 개 대회 연속 2위에 올라 10대 돌풍을 이어갔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