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벗어 던진 정창옥(57) 남북함께국민연합 공동대표를 상대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주거 부정 △도주 우려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여건을 엄격하게 제한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충실히 이행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정씨 주거가 일정하고 범행을 시인한데다 증거가 모두 확보된 상태에서 굳이 구속 필요성을 찾을 수 없었다는 판단이다.
20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김진철 부장판사는 전날(19일) 정씨를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한 뒤 밤늦게 “구속의 상당성 및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는 등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와 피의자의 처나 아들이 있는 곳에 거주하여 주거가 부정하다고 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20분쯤 국회의사당 본관 2층 현관 앞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자신의 신발을 벗어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제21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마치고 나오는 도중이었다. 정씨가 던진 신발은 문 대통령 수미터 옆에 떨어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현장에서 정씨를 체포한 데 이어 “사안이 매우 중하다”며 지난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정씨가 국회에 무단으로 침입했으며 청와대 경호원 등의 공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판단해 건조물침입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찰 수사에 대해 법조계에선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보수 성향 변호사들의 모임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낸 성명에서 “정씨는 최초에 폭행 혐의로 체포되었지만 누구에게도 폭행을 한 일이 전혀 없었다”며 “따라서 체포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더 큰 불법은 정씨를 폭행 혐의로 체포하였다며 엉뚱하게도 공무집행방해 및 건조물침입으로 영장을 신청하였다는 것”이라며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고, 검찰은 관련 경찰 수사관의 직권남용을 즉각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