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 故 박원순 서울시장 모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지사는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치는 신뢰가 중요하다”며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당헌·당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 내가 얼마에 팔기로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가격이 폭등해서 누가 2배로 주겠다고 하더라도 그냥 옛날에 계약한 대로 판다”라며 “정치는 (사람들이)안 믿는다.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걸(오 전 시장과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그러면 저는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우리 당원이나 아니면 민주당 지지자분들이 보시면 저를 무책임한 소리가 아니냐 하시겠지만 당연히 엄청난 손실이고 감내하기 어려운 게 분명한데 그래도 우리가 국민한테 약속을 했으면 공당이 문서로 규정으로까지 약속을 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그다음에나 겨우 규정 바꾸는 게 내부적으로 당연한 일이고 국민한테 석고 대죄하는 정도의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주요도시인 서울, 부산에 광역단체장 보궐선거 후보를 내야할지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정해진 당헌·당규를 지켜야한다는 주장과 대선까지 연결될 수 있는 서울, 부산 보궐선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당 대표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14일 같은 방송에 출연해 “우리 당헌·당규만 고집하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돼 버렸다”며 “당헌을 지키기 어려울 경우 분명히 국민들에게 지도부가 설명하고 사과도 하는 그런 일이 있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다음날 페이스북 글에도 “부산에 더해 서울까지 치러지는 선거이다. 합치면 유권자 수만 1000만이 넘는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나 1년 뒤 예정된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보궐선거의 중요성을 내비쳤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재수 의원은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치권이 당헌·당규를 너무 무시하고 사실상 자기 자신들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에도 무책임하게 후보들 내왔다”며 “현재 공석인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 선거에 이길 경우에도 사실상 임기가 8개월밖에 보장되지 않는다”며 “대의명분적 측면에서나 또는 실리적 측에서나 우리가 확실하게 이번에 반성하고 후보 안 내는 게 맞다”고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