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해볼만 하지” 어떤 맥락서 나왔나… 대화 전문 공개

‘검언유착’ 의혹 핵심증거… ‘판’ 뒤집힐까
‘검언유착’ 의혹의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왼쪽)와 한동훈 검사장. 21일 두 사람 간 대화 녹취록 전문이 공개됐다. 뉴스1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구속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와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 간 대화 녹취록 전문이 21일 공개됐다. 이들의 대화 녹취록은 이 사건 수사에서 핵심 증거물로 꼽힌다.

 

KBS에 이어 MBC가 해당 대화에서 나온 발언을 토대로 두 사람이 ‘강요’를 공모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직후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이 사건의 ‘판’이 뒤집힐 지 주목된다.

 

21일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이 공개한 7쪽 분량의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한 검사장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취재를 후배에게 전담시키고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주거지를 찾아다니며 취재 중이라는 이 기자의 말에 “그건 해볼 만하지”라고 답했다. 이 대화는 지난 2월13일 부산고검 차장검사 사무실에 이 기자와 후배인 백모 기자가 찾아간 자리에서 이뤄졌다.

 

이 기자는 “이철 아파트를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고 하자 한 검사장이 이같이 말하며 “어차피 유시민도 지(이 전 대표)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지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기자가 편지에 대해 언급하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했다. MBC는 전날 두 사람의 이 같은 대화가 공모의 유력한 정황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대화 녹취록 전문을 살펴보면 두 사람이 이 전 대표에게 유 이사장 관련 의혹에 대해 털어놓으라고 한 것을 공모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변호인의 설명이다.

 

변호인은 MBC 보도가 “왜곡 보도”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은 후배(백 기자)에게 유 이사장 취재를 전담시켰다는 이 기자의 발언을 두고 “특정 정치인을 표적한 것이 아니라, 이미 유 이사장 관련 강연료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운데·수감 중). 세계일보 자료사진

변호인은 또 “이 기자는 ‘신라젠 사건 관련 여권 인사들’만을 취재 중이라고 한 적이 전혀 없다”며 “가족을 찾아다닌다는 말은 ‘가족의 비리’를 찾는다는 게 아니라 이 전 대표가 중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가족과 접촉이 되면 설득해보겠다는 의미”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20여분의 대화 중 신라젠 관련 대화는 20%에 불과하다”면서 “녹취록의 전체 취지를 보면, ‘이 전 대표를 협박 또는 압박해 유 이사장의 범죄 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불법적 내용을 상의하고 공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이날 이 기자의 변호인은 이 기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내용 일부도 함께 공개했다. 이 기자 측이 공개한 구속영장에는 ‘유시민 등에 대한 범죄정보를 얻고자 한다는 사실’, ‘취재하는 목적과 방법, 그 동안의 경과 등을 말하였다’, ‘신라젠 사건 취재 방향에 대하여 조언을 구하였고’ 등의 표현이 담겼는데, 변호인은 MBC가 이를 토대로 보도했다며 외려 ‘검언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변호인은 “MBC 보도는 구속영장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의사실 유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MBC는 ‘이 기자가 한 검사장을 만나기 전날 권순정 대검찰청 대변인에게 취재 방향과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고’도 보도했는데, 이 역시 구속영장에 포함된 내용이라고 변호인은 덧붙였다.

 

변호인은 피의자인 이 기자가 몰랐던 내용까지 MBC 측에 흘러들어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의 보도 내용 중엔 ‘검찰이 (이 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한 달 뒤인 지난 3월10일 오전 한 검사장과 이 기자의 카카오 보이스톡 통화도 주목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정작 이 기자는 소환 조사 당시 이를 몰랐다며 검찰이 확보했다는 증거가 유출됐다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