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추가 수사 등을 토대로 사건 실체에 접근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며 성추행 고소 건 자체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지만 피해자 주변 인물들의 방조 혐의 등 관련 수사를 통해 세부 내용을 확인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수사 TF(태스크포스)’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성추행) 고소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는 없다”며 “다만 방조 등에 대해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의혹 실체에 관한)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시 관계자 등의 성추행 방임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는 방임, 나아가 직무유기가 있었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소권 없음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변사 사건 처리를 마무리하지 않은 데다 피해자가 고소 증거를 더 제출할 수도 있다”며 “관련 사건인데 성추행 사건만 떼어 검찰로 송치하는 게 부적절해 송치 시점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성추행 방조 정황을 조사하기 위해 전날 피해자 A씨를 다시 소환했다. 또 성추행 방조 고발 사건과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 등에 대해 참고인 조사도 벌이고 있다. 다만 현재 정식 입건돼 피의자로 전환된 사람은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경찰 내부에서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식 수사까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경찰 자체적으로 관련자들에 대한 전화 탐문 정도는 마쳤다”며 “기본적으로 수사하는 사람들이 피의사실을 외부에 알려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도 전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정황을 종합해볼 때 경찰에서 (피소 사실이) 유출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가정을 전제로 답변드리기 어렵지만, 경찰 잘못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와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유류품으로 발견된 업무용 휴대전화의 디지털포렌식 일정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서울경찰청에서 휴대전화를 열어본 뒤 비밀번호 해제 등에 특수 분석장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로 휴대전화를 보낼 방침이다.
전날(20일) 밤늦게 서울 성북경찰서에 출석해 의혹 전반에 관해 5시간여 참고인 조사를 받은 임순영 젠더 특별보좌관은 성추행 방조 등 관련 사건 수사 과정에서 다시 소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