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주한미군 감축 옵션(방안)을 백악관에 보고했다는 미 언론의 보도에 대해 미 국방부가 굳이 부인하지 않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주한미군 감축 여부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미 국방부의 설명처럼 해외주둔 미군의 규모 조정은 일상적으로 검토되는 것이며, 주한미군 역시 반드시 어느 규모가 고정 주둔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1955년을 기준으로 8만5500여명에 달하던 주한미군은 지속적인 감축을 거쳐 오늘날의 2만8500명 수준에 이르렀다.
주한미군 감축 자체는 크게 문제가 아니다. 무기체계의 첨단화로 인해 ‘양’을 ‘질’로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고 한·미동맹이 대처해야 할 안보위협이 현저히 감소하며 한·미 간 전략적 판단이 일치하고 충분한 협의가 있다는 전제가 있다면 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 감축설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는 위의 세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충족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선 주한미군이 감축될 경우에도 이를 상쇄·보완할 만한 미군 전력 발전 방향이 언급된 적이 없다.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의 지연과 북한의 남북관계 단절 선언으로 인해 한반도에서의 정치·군사적 긴장은 오히려 고조되었고, 점차 가열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 역시 우리의 안보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 의회가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국방수권법’(NDAA)에서 주한미군의 현 수준 동결을 명문화하려 한다는 것은 미국 역시 현재의 한반도 안보 상황이 그리 만만치 않다고 본다는 점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미동맹과 대북정책(북한 핵)에 대한 우리와 워싱턴의 시각 사이에 차이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북제재 완화·해제의 수준과 속도, 한·미 방위비 분담 증대폭 등에서 한·미는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더욱이 안보상의 필요성보다는 동맹의 가치를 경제적 이득 위주로 따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금년부터 적용되어야 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역시 아직 타결되지 않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 검토 자체가 북한에 대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연합 연습 및 훈련 등을 한반도 평화의 장애요인으로 주장해 온 자신들의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