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들어선 역대 정권 중 문재인정부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가장 크게 올랐으며, 상승률은 노무현정부가 가장 높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서울 강남과 강북의 아파트 가격 차이는 28년 만에 100배로 벌어졌다.
경실련은 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8년간 서울 아파트 시세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삼정부 출범(1993년) 이후 서울 대규모 아파트 34개 단지의 시세 변화를 정권별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 5월까지 아파트 가격 상승액은 4억5000여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노무현정부(3억7000여만원), 박근혜정부(1억7900여만원), 김대중정부(1억6600여만원), 김영삼정부(4700여만원), 이명박정부(-1억100여만원) 등의 순이었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만을 놓고 봤을 때 노무현정부 동안 94%가량 상승하면서 김대중정부(73%)와 문재인정부(53%)를 제치고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경실련이 서울 강남·북의 아파트 가격 격차도 확인한 결과 28년 만에 그 차액이 100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영삼정부 출범 초기 900만원에 불과했던 서울 강남·북의 아파트 가격 차액은 김대중정부(2억3000여만원)와 노무현정부(5억3000여만원)에서 꾸준히 벌어졌다. 아파트값이 하락한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 격차가 4억여원으로 줄었지만, 박근혜정부(6억1000여만원)와 문재인정부(9억2000여만원)에선 그 격차가 꾸준히 커졌다.
이번 조사에선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자산 격차도 더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실련은 “28년간 강남권 기준 아파트 1채만 갖고 있어도 15억4000여만원의 불로소득을 얻었으나, 전·월세 무주택자는 전세금 마련에 따른 금융비용과 월세지출로 각각 3억2000만원과 4억5000만원을 부담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현 정부가 이 상태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갈수록 든다”며 “부동산정책을 실패로 이끈 사람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정부 부동산 대책의 특징은 개인에게는 대출 축소 등 온갖 규제를 가하는 반면 재벌과 공기업 주택건설업자, 투기꾼을 위한 특혜정책만 남발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온갖 개발계획을 남발해 문재인정부에서 역대 정권 중 가장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18개 아파트단지와 이를 제외한 서울 지역 16개 아파트단지 등 총 34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경실련은 25평(84㎡) 규모 아파트 1채를 기준으로 가격 변화를 조사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