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의 편지

2차 기자회견서도 대독… 헌법 언급하기도
지난 16일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통로 게시판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메모들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여)씨가 22일 열린 이 사건 관련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그 어떤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털어놨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내 모처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A씨의 편지를 대독했다.

 

편지를 통해 A씨는 “증거로 제출했다가 일주일 만에 돌려받은 휴대폰에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 내가 힘이 되어줄게’라는 메시지가 많았다”며 ”수치스러워서 숨기고 싶고,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나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직 낯설고 미숙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선택한 나의 길을 응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에게 솔직한 감정을 실어 나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그리하여 관계에 새로운 연결고리가 생기는 이 과정에 감사하며 행복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문제 인식까지도 오래 걸렸고, 문제 제기까지는 더욱 오래 걸린 사건”이라며 “피해자로서 보호받고 싶었고, 수사 과정에서 법정에서 말하고 싶었다”며 “이 과정은 끝난 것일까”라고 되물었다.

 

A씨는 헌법 제27조 1항(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과 5항(형사 피해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당해 사건의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다), 헌법 제32조 3항(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과 4항(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34조 1항(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과 3항(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A씨는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적법하고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밝혀지는 과정을 기다리겠다”며 “본질이 아닌 문제에 대해서 논점을 흐리지 않고, 밝혀진 진실에 함께 집중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3일 첫 기자회견에 이어 9일 만에 열렸다. A씨는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22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는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하루하루 잘 견디는 중”이라고 전했다. 2017년부터 박 전 시장의 비서로 일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 8일 경찰에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A씨의 변호인인 김 변호사는 1차 기자회견 때 박 전 시장이 A씨에게 신체를 밀착하거나 무릎에 입을 맞추는가 하면,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고 하거나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음란 문자와 본인의 속옷 사진 등을 보냈다고 피해 사실을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0일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혐의 고소 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나 경찰은 피소 사실 누설 의혹 등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주영·이강진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