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반드시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그 나라의 정격전압이다. 현재 미국·일본·대만 등은 정격전압 100∼120V 전기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한국·유럽·중국 등은 정격전압 200∼250V 전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휴대전화나 노트북 컴퓨터 등 전압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자제품을 현지에서 이용하려면 흔히 ‘돼지코’라 부르는 전력 플러그 어댑터를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왜 나라마다 정격전압이 다를까?
토머스 에디슨이 1879년 직류전기 시스템과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한 백열등 전구를 발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니콜라 테슬라가 교류전기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 뒤 기술 표준 채택 과정에서 이른바 ‘전류전쟁’을 치렀고,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기점으로 교류전기가 대세를 장악하였다. 테슬라는 220V 전기가 더욱 효율적인 것으로 입증했지만,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백열등 전구의 대나무 소재 탄소 필라멘트가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미국에서는 교류전기 시스템에 바탕을 둔 정격전압 110V 전기가 표준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서 전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1887년 첫 전등 점화가 이루어졌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전깃불로 중국의 자금성이나 일본의 궁성보다 2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그 뒤 우리나라에는 표준전압 100V가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한국 정부는 1973년부터 2005년에 걸쳐 가정용 전력 전압을 110V에서 220V로, 동력용 전압을 200V에서 380V로 높이는 배전 승압사업을 시행했다. 32년에 걸쳐 승압사업을 추진한 결과, 전기 사용량 급증에 대처할 수 있었고, 송전 시 손실전력을 줄여 경제적 이득도 확보하였다. 미국·일본 등은 ‘선점우위 효과’와 ‘경로 의존성’이라는 상반된 효과를 경험하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은 ‘후발자의 이점’을 누리고 있다. 한국은 과감한 정책 결정이라는 ‘혁신’을 통해, ‘경로 의존성’이라는 질곡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의 전기 시스템을 통해 사회구조의 혁신과 그 효과를 생각해본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