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남북관계 풀 수 있다면 평양 특사 주저 않을 것”

“‘북미의 시간’을 ‘남북의 시간’으로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 만들 것”
탈북자 출신 태영호 사상전향 질문 “주체사상 신봉한 적 없다” 목청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남북관계를 풀 수 있다면 특사로 평양을 방문해 전면적으로 대화를 복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북·미관계가 멈칫하더라도 남북관계는 그 자체의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으로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이력 때문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과 관련한 색깔 공방도 벌어졌다.

◆남북관계 앞세워 북·미관계 개선



이 후보자는 이날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특사로 평양에 방문할 의향이 있느냐”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질문에 “제가 특사가 돼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면 100번이라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먼저 진전시켜 북·미관계 진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북미의 시간’을 이제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해선 “대북제재를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기능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며 “제재 영역이 아닌 인도적 협력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북·미관계와 관련해선 “현 단계에서 북이 100을 얻지 못하더라도 70이나 80을 얻을 수 있다면 개선에 대해 제안하고 싶고, 마찬가지로 미국에도 그 선에서 북·미관계를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지금 이 시점을 놓치면 북·미관계 개선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8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는 “예정된 대로 훈련이 진행되면 북한의 반발 정도가 셀 것이고, 훈련을 완전히 보류하면 새로운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며 “중간 정도로 규모를 축소하거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말대로 작전지역 반경을 한강 이남으로 이동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그에 맞춰서 북한이 반응할 것”이고 말했다.

◆주체사상 신봉 및 전향 놓고 공방도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출신 의원이 이 후보자의 사상검증에 나서는 아이로니컬한 상황도 벌어졌다. 탈북민인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1980년대 북한에서는 ‘전대협 조직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을 맹세한다’고 가르쳤다. 그런 일 있었나”라고 물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자는 이에 “전대협 의장인 제가 매일 아침 김일성 사진을 놓고 거기서 충성맹세를 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했다?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공개 선언한 적 있느냐”는 태 의원의 질문에도 “이른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저에게 사상전향을 묻는 것은 아무리 청문위원으로서 묻는 거라고 해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내용”이라고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태 의원이 재차 “국민 앞에서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고 목청을 높였다.

태 의원과 이 후보자 간 공방은 여야 공방으로 확전했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대한민국 4선 국회의원, 장관 후보자에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거나 전향했느냐고 묻는 것은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유감을 표명하자,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김석기 의원은 “정책의 문제를 따질 수 있고 사상의 문제를 따질 수 있다”고 맞섰다.

또 자녀 문제에 예민해진 청문회장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같은당 김석기 의원의 아들 병역 면제 관련 질문에 답변을 계속하자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의원들은 아들의 병역면제를 따지기도 했다. 통합당 김석기 의원과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정상적으로 병역면제를 받았다면 이 기회에 떳떳하게 밝히라”며 진료기록 제출을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면제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면서도 “병무청에서 촬영한 CT(흉부전산화단층촬영) 제출을 요구한다면 동의하겠지만 그 외 다른 기록은 곤란하다”며 “아버지 된 입장은 헤아려 달라”고 답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