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취임식 때만 해도 윤 총장은 ‘개국공신’으로 대우됐고 청와대와 여권도 윤 총장을 추켜세웠다. 하지만 취임 후 불과 6개월 뒤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며 정권의 ‘걸림돌’이 됐다. ‘성역 없는 수사의 원칙’을 지켰다는 긍정적 평가와 ‘정치화된 검찰’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여권은 연일 윤 총장을 압박하고 있다. 윤 총장의 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은 내부싸움을 벌이는 등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이 제43대 검찰총장에 임명된 건 지난해 7월25일. 전임자인 문무일 총장과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가 차이나는 파격적 인사였다. 적폐청산 수사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수사하라”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윤 총장이 리더가 되면서 동고동락한 측근들도 줄줄이 검사장 자리를 꿰찼다.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는 서서히 반전되기 시작했다. 여당대표 출신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이후부터다. 추 장관은 지난 1월8일 검사장 인사를 단행하며 윤 총장과 함께 대검에 입성한 측근 검사들을 줄줄이 지방으로 보냈다. 윤 총장은 ‘인사를 논의하자’는 추 장관의 호출에 응하지 않으며 불만을 표출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장관의 명을 거역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검찰 내부의 불협화음도 시작됐다. 한동훈 검사장을 밀어내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자리에 오른 심재철 검사장은 후배 검사들과 충돌했다. 추 장관은 ‘청와대 하명수사’사건 기소를 기준으로 ‘공소장 비공개’란 원칙을 세웠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세부안 등을 두고 검찰 내부의 이견도 새 나왔다. 하지만 윤 총장은 특별한 입장을 내지 못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과 검찰을 더욱 압박했다. n번방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등을 언급하며 ‘검찰의 잘못된 일 처리로 생긴 범죄’라고 비판했다. 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공격은 더 거세졌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검언유착’ 의혹을 두고 힘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졌다. 추 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은 검찰의 잘못된 수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감찰을 지시했다. 윤 총장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넘겼다. 하지만 추 장관은 다시 대검 감찰부에서 살펴보라고 압박했다. 윤 총장은 ‘대검 감찰부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이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되 총괄은 대검 인권부가 한다’고 결정했다.
한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는 추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자문회의 개최를 결정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장관 지시 반을 잘라먹었다”고 비판했다. 검언유착에 대해서는 수사지휘까지 내렸다. 윤 총장은 검사장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모색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고, 수사에서 손을 뗐다. 위풍당당했던 6개월 전의 모습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윤 총장의 입지는 좁아졌지만 ‘좌고우면 없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원칙’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에 칼을 대고도 야당의 대선후보로 꼽힐 정도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윤 총장이 검찰개혁 등을 막기 위해, 조 전 장관의 낙마를 목표로 무리한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도 있다.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피하려 했지만 오히려 정치 프레임에 옭아매인 형국이다.
윤석열 검찰은 이제 법원에서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측근인 한 검사장이 검언유착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