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하고 본격적인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피해자 측이 박 전 시장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경찰에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구체적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피해자인 박 전 시장의 전 비서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23일 오후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피해자가 박 시장의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A씨가) 비서였지 않느냐"고만 대답했다.
이에 취재진이 '다른 모든 비서에게 (비밀번호가) 알려진 것이냐'고 묻자 "그것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오전 같은 질문에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사무실에 들어갔다.
김 변호사는 인터넷상의 2차 가해 발언에 대해 "사람들은 보고 싶은 만큼만 본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 역할은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찾아오면, 피해가 맞고 법률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면 조력하는 것"이라며 "가해한 사람의 신분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이 어떤 사람인지는 나중에 양형에서 본인이 선처해달라고 할 때 써야 하는 것"이라며 "사회에 영향력을 미친 사람이라고 해서 고소를 피해갈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을 할 때 전·현직 서울시 관계자를 추가로 진정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피해자가 기억하는 이들을 정리한 것이 어제 그 숫자"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전·현직 서울시 관계자 20여명이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 면담을 요청할 때 성추행 의혹,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에 대해서도 말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박 전 시장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해 본격적인 디지털포렌식 절차에 착수했다.
경찰이 잠금해제에 성공한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는 아이폰 기종으로 알려졌다. 비교적 보안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휴대전화 잠금이 쉽게 풀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A씨 측의 비밀번호 정보 제보가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최근 A씨 측 법률대리인을 통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전해 들었고, 박 전 시장 유족 등과 일정을 조율해 디지털포렌식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의 '가짜 고소장 문건' 유출한 의혹을 받고있는 목사가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2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A씨의 고소장 문건을 무단으로 외부에 유통한 의혹을 받는 목사 B씨 등을 지난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비밀누설 등으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 측은 고소장 문건을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해당 교회 목사 B씨 등 2명을 지난 13일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교회 목사가 유출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은 고소장이 아닌 A씨 측의 1차 진술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진술서는 지난 5월 A씨가 김재련 변호사를 찾아가 법률상담을 받으면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열린 A씨 측 1차 기자회견 발표에 따르면 A씨가 김재련 변호사를 찾아가 1차 상담을 받은 시점은 지난 5월12일, 2차 상담을 진행한 시점은 5월26일이다.
해당 진술서는 지난 9일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A씨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으로 둔갑해 온라인에 유포됐다.
A씨 측은 1차 진술서에 비서실 근무 기간을 잘못 작성했던 것을 단서로 유출자를 목사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은 해당 문건 유출 경로와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