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 짚트랙 함께 즐기는 강진 가우도/원주 핫플레이스 스릴 만점 소금산 출렁다리/순창 고추장 닮은 채계산 출렁다리/국내 최장 충남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산을 잇는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한 스릴. 한여름에도 온몸이 오싹오싹해지는 공포 체험. 놀이기구 얘기가 아니다. 산과 산을 연결하고 육지와 섬을 잇는 출렁다리다. 아파트 40층 높이에서 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다리를 100m나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오고 난간을 붙잡은 손과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흐른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도전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여름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출렁다리 짚트랙 함께 즐기는 강진 가우도
요즘 전남 강진여행의 백미로 인기를 끄는 곳이 가우도 출렁다리와 짚트랙이다. 강진의 생김새는 바지나 말굽과 비슷하다. 남쪽의 강진만이 깊게 북쪽으로 치고 올라와 서쪽 도암면과 동쪽 대구면으로 갈라놓았다. 그 가운데 있는 섬이 가우도다.
가우도 출렁다리는 섬의 좌우로 연결된다. 대구면쪽 저두 출렁다리는 길이 438m로 걸어서 10분 정도로 걸린다. 도암면으로 연결된 망호 출렁다리가 좀 더 길어서 716m이며 15분 정도 거리다.
거리가 비교적 짧은 저두 출렁다리에서 여행은 시작된다. 비교적 ‘공포지수’가 낮은 출렁다리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바닥으로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시퍼런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한 쾌감과 온몸으로 전해지는 아찔한 기분이 묘하게 교차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튼튼한 강화유리여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우도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나무 데크길을 따라 걷는다. 서쪽 해변을 따라 0.77㎞가량 이어진 길은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 데크가 끝나는 곳에 망호 출렁다리가 등장한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은 두 가지 코스다. 섬의 북쪽 둘레를 도는 함께해(海)길로 1.66㎞를 걸으며 바다를 즐겨도 되고 마을로 이어지는 샛길을 따라 섬을 관통해도 된다. 함께해길은 콘크리트와 흙길로 천천히 걸으면 1시간30분 정도 걸리며 섬을 관통하면 700m가량 줄어든다.
섬에서 나오는 기막힌 방법이 하나 있다. 가우도 산 정상에 설치된 청자타워로 가면 된다. 강진에서 유명한 청자 모양으로 만든 타워까지는 함께해길과 연결된 등산로를 따라 15분 정도 걸리는데 바로 이곳에 짚트랙이 설치돼 있다. 많은 젊은 여행자들이 가우도를 찾는 이유다. 짚트랙 길이는 1㎞로 전국의 해상 짚트랙 중에서 가장 길다. 6m 높이의 타워에서 새처럼 날아오르는 짚트랙은 오로지 와이어 하나에 몸을 의지해 바다 위를 빠르게 활강하기에 마치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짜릿함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활강시간은 1분 남짓이지만 10여분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활강이 끝나는 곳은 저두 출렁다리 입구로 아주 빠르고 스릴 넘치게 가우도에서 나올 수 있다.
#원주 핫플레이스 스릴 만점 소금산 출렁다리
강원 원주 소금산은 작은 금강산이란 뜻이다. 섬강과 삼산천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선비들의 칭송이 자자했다.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소금산의 경치를 극찬했고 토정비결을 지은 이지함은 소금산 풍경에 반해 오랫동안 머물며 풍수를 즐겼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런 소금산을 더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출렁다리가 2018년 개통돼 이제 소금산만큼 유명한 핫플레이스가 됐다.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 경북 봉화 청량산 하늘다리, 전북 진안 구봉산 구름다리 등은 끊긴 등산로를 잇기 위해 설치됐지만 소금산 출렁다리는 처음부터 관광자원으로 태어났다. 길이 200m로 파주 감악산 출렁다리(150m)를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감악산 출렁다리가 높이 45m, 청량산 하늘다리가 70m인데 소금산 출렁다리 높이는 아파트 40층 높이인 100m에 달한다. 그것도 모자라 바닥 전체는 격자형 강철 소재(스틸 그레이팅)로 만들어져 구멍이 숭숭 뚫렸다. 하나 더 있다. 주탑 없이 설치된 현수교라 위아래로 흔들린다. 덕분에 짜릿한 스릴이 넘친다. 출렁다리 옆 스카이워크 역시 바닥이 같은 소재다. 출렁다리는 70㎏ 성인 1285명, 90t의 무게와 초속 40m의 강풍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순창 고추장 닮은 채계산 출렁다리
고추장의 본고장 전북 순창에서 요즘 고추장보다 더 뜬 것이 지난 3월 개통한 채계산 출렁다리다. 높이 75~90m, 길이 270m로 다리 기둥이 없는 무주탑 산악 현수교 중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
국도 24호선을 사이에 두고 나뉜 적성 채계산과 동계 채계산의 두 산등성이를 잇는 출렁다리는 순창 고추장을 닮은 강렬한 빨간색이 인상적이다. 적성강변 임동의 매미터에서 동쪽을 보면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 달을 보며 창을 읊는 월하미인(月下美人)을 닮았다고 해서 채계산(釵笄山) 또는 적성산으로도 불린다. 적성강에서는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르는 소리꾼들이 수없이 배출됐다고 한다.
제1주차장과 인접한 동계 채계산에 진입로가 있으며 출렁다리까지 15분 정도 걸린다. 첫 번째 쉼터인 중간전망대에서 두 산등성이를 잇는 채계산 출렁다리를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아찔하다. 출렁다리 바닥은 구멍이 숭숭 뚫린 스틸 그레이팅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려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리 통과는 지난 4일부터 임시중단됐으니 사전에 개통 여부를 꼭 확인하길. 다리는 못 건너지만 어드벤처전망대는 출입이 가능하다. 정상 쪽으로 265m, 약 15분을 더 올라가면 채계산, 출렁다리, 적성 들녘, 섬진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져진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충남 청양 천장호 출렁다리는 총길이 207m로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로 기록됐고 인기프로그램 ‘1박2일’에서 소개해 여행자가 몰린다. 특히 30~40㎝나 흔들리도록 설계돼 그야말로 출렁출렁거린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