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한 것과 관련, 한 진보 성향 신문이 사설을 통해 이를 비판한 것을 두고 해당 신문 기획위원이자 칼럼을 연재 중인 홍세화(73)씨가 맹비판을 쏟아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란 저서로 유명한 홍씨는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이다.
홍씨는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겨레’의 ‘이재용에 한동훈까지, ‘특권층 방어막’ 된 수사심의위’란 제목의 칼럼을 링크한 뒤 “놀랍구나, 한동훈을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과 엮다니!”라고 꼬집었다. 그는 “팩트에 충실하기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별장 접대를 받았기를 바랐듯이 검언유착이 실제로 있었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럼 취재를 통해 그걸 밝혀요, 변죽 말고!”라고 일침을 놨다. 한겨레는 윤 총장의 별장 접대 의혹을 보도했다가 사과문을 낸 신문사다. 홍씨는 “이 따위 사설을 쓰는 신문에 변변치 못한 글이나마 얹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고도 털어놨다.
해당일자 신문에 실린 칼럼은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도 넘기지 말 것을 권고한 점을 언급하면서 “수사심의위가 검찰의 노골적인 ‘제 식구 감싸기’를 질타하기는커녕 오히려 두둔하고 나섰으니 스스로 존재 의의를 부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설은 “수사심의위는 이재용 부회장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법원의 영장심사 판단과 다른 결론을 냈다”며 “검찰 자체적으로 만든 자문기구가 잇따라 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의견을 낸 것도 사법체계의 정상적인 작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사심의위의 의견은 권고사항일 뿐”이라고도 했다.
이번 의혹은 채널A 이 전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찾아가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사건’ 연루 의혹에 대해 캐물으면서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압박을 했다는 언론 보도로 촉발됐다. 이 검찰 고위 간부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검사장으로 지목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윤 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다. 이 전 기자가 구속되면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던 검찰의 한 검사장 수사는 수사심의위의 권고로 동력을 잃게 됐다.
앞서 지난 24일 열린 수사심의위 결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본 위원은 15명 중 10명, 불기소 의견을 낸 위원은 11명으로 모두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 전 기자에 대해서는 12명이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고 9명은 공소제기가 필요하다고 봤다.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과 15명의 외부전문가 위원이 모두 참석했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있지만, 검찰의 수사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여권은 반발하고 있다. 반면 야권과 일부 진보지식인들 사이에선 이번 의혹이 ‘권언유착’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