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공관절수술, 오차 적고 환자 회복속도 빨라”

목동힘찬병원 도입 한 달
환자 정강이·허벅지에 안테나 설치… 무릎 관절 상태 3D로 실시간 보여줘
실수없이 보다 정밀한 수술 가능… 전체 수술 230건 중 90건 로봇 활용
“의료진 만족… 환자 평가 통해 확대”
의료진이 지난 22일 서울 목동힘찬병원 3번 수술실에서 로봇 ‘마코’를 이용한 무릎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지난 22일 서울 목동힘찬병원 3층의 3번 수술실. 수술 침대에는 70대 여성 환자가 누워 있다. 수술천이 덮여 있고 환자의 왼쪽 다리만 밖으로 나와 있다. 왼쪽 무릎 퇴행성 관절염 수술을 위해서다. 환자 상반신 쪽에 막을 세워 환자가 수술 장면을 보지 못하게 해놓았다. 다리 쪽에는 다양한 수술 도구들이 정리·정돈돼 있었다. 수술 침대 오른쪽에는 인공관절 수술용 로봇 ‘마코’(Mako), 왼쪽에는 모니터 2대와 수신기가 자리를 잡았다.

간호사들이 수술 준비를 마쳤다고 보고하자, 집도의인 남창현 원장(정형외과 전문의)과 수술을 보조하는 2명의 의료진이 수술실로 들어왔다. 이들은 일명 ‘우주복’이라 불리는, 머리까지 완전히 덮은 멸균 소독 상태의 수술복을 입고 있었다. 남 원장은 “인공관절 수술은 뼈를 깎기 때문에 뼈와 피 등이 사방으로 비산해 감염의 우려가 있어서 우주복 형태의 수술복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남 원장은 메스로 피부를 절개, 근육 등을 박리했다. 무릎뼈가 나오자 ‘안테나’로 불리는 금속 막대 2개를 환자 정강이와 허벅지 뼈에 박았다. 안테나는 마코와 연결돼 실시간으로 환자의 무릎관절을 모니터에 3D 이미지로 보여주는 데 사용된다.

모니터에 환자의 무릎관절이 3D 이미지로 표현돼 있다.

안테나가 설치되자 모니터에는 환자 무릎관절이 3D 이미지화되어 나타났고, 관절에는 40여개 점이 표시됐다. 남 원장은 프로브(Probe·지침자)를 들고 해당 부위의 실제 환자 무릎관절을 측정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환자 관절 상태를 파악해놨지만, 실제 관절과 일부 다를 수 있어 다시 정밀 측정한 것이다.

측정을 마친 남 원장은 의료진과 함께 관절 절삭 각도와 깊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마코에 절삭기(톱)를 달아 본격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모니터에는 절삭해야 하는 부위가 녹색으로 표시됐고, 남 원장이 절삭을 하자 모니터에 해당 부위가 깎인 것으로 표시됐다. 마코를 이용한 절삭은 10여분 만에 끝났다. 남 원장과 의료진이 작은 절삭기 등을 들고 인공관절을 삽입하기 위해 뼈를 다듬었다.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라고 해서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의사가 직접 절삭기로 뼈를 깎아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절삭기가 수술 부위가 아닌 부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기존과 달랐다. 관절 상태가 모니터에 실시간 3D 이미지로 표시되는 점은 로봇 이용의 장점이다. 남 원장은 “로봇을 이용하면 실수로 다른 부위를 절삭하는 등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실시간으로 환자 뼈 상태가 모니터에 데이터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1시간 정도 진행됐지만, 로봇에 절삭기를 설치해 직접 사용한 것은 10분여 정도였다. 하지만 로봇과 연결된 모니터 등은 수술 시작부터 인공 관절 삽입 전까지 중단없이 활용됐다. 남 원장은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기존 수술보다 10∼20분 정도 수술 시간이 더 길다”며 “하지만 수술 오차도 적고 환자 회복 속도로 빠르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로봇수술은 수술 오차를 1%라도 낮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로봇수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힘찬병원은 지난달 29일 목동힘찬병원에 로봇수술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달 말까지 전체 인공 관절 수술 230건 중 로봇수술은 90건으로, 30%를 차지한다. 로봇수술을 도입한 초기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로봇수술을 하기까지 4년 이상 고민을 했다”며 “로봇수술 비용이 더 비싼 데다 안전성에 대한 걱정도 컸다”고 들려준다.

그런데도 로봇수술을 적극 도입한 것은 의료진의 긍정적인 평가가 따랐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로봇을 사용해본 의료진 모두 수술 만족도가 높았다”며 “심지어 일부 의료진은 ‘가족에게 로봇수술을 추천하고 싶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힘찬병원은 국내 무릎 인공 관절 수술의 7∼8%대를 시행하고 있다. 적지 않은 수치로, 수술 오차를 1%라도 낮춰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목동과 부평병원에 1대씩 마코를 갖춘 힘찬병원은 로봇수술에 대한 환자들의 평가를 거쳐 11월쯤 강북·부산·인천·창원병원에도 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목동병원에는 이르면 다음달 1대를 추가한다.

“로봇수술에 승부수를 띄웁니다. 지금도 물론 수술 성공률이 높고 건수도 충분하지만, 더 잘하려고 도전하는 거죠. 환자들을 위해 한층 더 나은 설비를 갖추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