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소금길을 아시나요?”

일대 면장들이 “역사문화자원 활용하자” 머리 맞대
전북 남원시 아영면사무소 김용근 총무계장(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 향토사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지리산 염두고도'

“중국 윈난성에 차마고도가 있다면, 한국 지리산에는 소금길이 있다.”

 

전북과 전남, 경남을 아우르는 지리산의 소금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금길이 지나는 일대 지역에서는 이를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27일 전북 남원시에 따르면 지리산 소금길은 장수군 번암면에서 남원 운봉읍과 지리산을 넘는 경남 함양 벽소령을 지나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까지 125리(약 50㎞)에 걸쳐 있다.

 

소금길은 1500여년 전 첩첩산중 요새에 터 잡은 ‘철의 왕국’ 가야 기문국에서 주민들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소금을 구하기 위해 오갔던 데서 유래했다. 지금의 전북 남동부 소맥산맥 자락인 운봉고원에 든 가야인들이 외부 세계와도 소통이 쉽지 않은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생활의 모든 것을 자급자족했으나 소금만은 예외였다. 지리산에서 소금나무라고 불리는 붉나무 열매껍질에서 억은 짠 성분을 소금 대용으로 사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가야인들은 소금을 구하기 위해 서리태(콩)를 짊어지고 굽이굽이 고갯길을 수없이 넘어 50㎞가량 떨어진 하동 화개장터까지 찾아 소금과 맞교환했다. 지리산 소금 길은 그렇게 해서 생겨났다.

 

콩과 소금의 교역 거점은 언제부터인가 벽소령이 됐다. 지리산 북서쪽 장수군 번암면과 남원시 아영면에서 콩을 짊어진 짐꾼들이 인월·산내면과 함양군 마천면을 거쳐 벽소령에 도착해 지리산 남부 화개장터에서 소금을 매고 온 짐꾼들을 만나 콩과 소금을 맞바꿈으로써 물물교환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이 길은 소금과 콩의 이름을 따 ‘염두고도(鹽豆古道)’로도 불렸다. 지금도 지리산 뱀사골 계곡 간장소와 가야고분군이 집성한 두락마을 소금장수무덤 등에 흔적으로 남아 있고 하동댁과 운봉댁의 소금장수 이야기 등에 사연이 깃들어 있다.

 

무거운 등짐을 메고 몇 날 며칠 동안 험난한 산길을 넘나들었던 일꾼들(소금무데미)은 노래로 힘겨움을 달랬는데, 이를 선장한 노래꾼은 훗날 동편제 소리꾼이 되기도 했다. 두락마을과 화개장터에서 두부가 유명세를 달리한 이유도 필수 재료인 콩과 소금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교역의 중요한 장소가 된 하동은 예나 지금이나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물물교환의 집합소로 자리했고, 소금길은 1950년대까지도 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됐다.

 

지리산 소금길이 지나는 전북 아영면·인원면·산내면, 번암면과 경남 화개면, 함양군 마천면 등 6개 지역 면장들은 최근 남원 아영면행정복지센터에서 가야 기문국의 뿌리가 된 소금길의 역사성을 조명해 공동의 역사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는 지리산국립공원, 지리산관광개발조합, 소금길의 역사를 간직한 등구사 등도 함께했다.

이들은 1500여년 동안 이어온 가야국의 동맥이자  지리산 공동체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지리산 소금길을 복원해 영호남 소통 자원이자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비대면으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생태적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김광채 남원시 아영면장은 “지리산 소금길은 중국의 차마고도보다 깊고, 사람 냄새나는 인문적 생태자원”이라며 “한국형 그린 뉴딜의 사람과 환경 중심, 그리고 가야문화를 통한 동서 소통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원=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