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공관 폐쇄’ 확전 촉각… 8월 고위급 회의 분수령

악화일로 G2 갈등 어디로
청두 총영사관 35년 만에 문 닫아
中공안, 내부 접수… 美 “中결정 유감”
CCTV 현장 공개… 반미감정 확산
청두 주민들 “폐쇄 지지”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맞서 중국 정부가 폐쇄를 통보한 쓰촨성 청두 미국 총영사관 앞에서 26일 현지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두 미 총영사관은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27일 오전 10시(현지시간)를 기해 35년 만에 처음으로 업무를 중단하고 문을 닫았다. 청두=AP연합뉴스

중국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 27일 오전 6시18분(현지시간) 미 국기인 성조기를 내리고, 폐쇄 시한인 오전 10시를 기해 완전히 문을 닫았다. 이후 중국 공안이 건물 안으로 진입해 접수했다. 이로써 미·중 양국이 각각 자국 내 상대국 총영사관에 대한 폐쇄로 주고받은 1차 공방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미국 내 중국 총영사관 추가 폐쇄 관측이 나오는 등 양국 간 갈등은 확산일로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청두 총영사관 업무를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종료했다”고 밝히며 중국 측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오전 11시 “중국 요구에 따라 청두 미 총영사관이 폐쇄됐다”며 “우리는 정문을 통해 들어가 정당하게 접수 절차를 집행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로써 1985년 문을 연 청두 총영사관은 35년 만에 처음 양국 간 갈등의 유탄을 맞고 업무가 중단됐다.

 

중국 중앙방송(CCTV)은 중국 외교부 관계자와 방역복을 입은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청두 미 총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공개했다. 중국 공안은 이날 오전 일찍 청두 미 총영사관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일반인의 접근을 막았지만, 중국 매체와 주요 외신, 현지 주민 수백명이 오전 10시를 전후해 총영사관 앞에 모여들었다. 중국 네티즌들도 폐쇄 시한인 오전 10시가 지나가면서 “어서 서둘러라”, “당장 강제로 끌어내라” 등의 격한 반미 감정을 쏟아냈다.

 

미·중 양국이 한 차례 격한 공방을 치르면서 양국 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미 공화당 중진 대중 강경파 의원이 미국 내 중국 영사관 추가 폐쇄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테드 크루즈 의원은 이날 CBS 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 인터뷰에서 중국 영사관 추가 폐쇄 여부를 묻는 말에 “아마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은 미 국내 워싱턴에 대사관이 있고, 뉴욕,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에 총영사관을 두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2일 추가 폐쇄와 관련해 “언제나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크루즈 의원은 중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 의원이다. 따라서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관측이라기보다는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외교적인 수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다음 달 예정된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점검을 위한 고위급 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미·중 관계가 코로나19 발원지 공방, 남중국해와 대만, 홍콩, 신장 및 티베트 지역 인권 문제 등으로 악화하고 있지만, 무역합의 부분은 여전히 이행되고 있다. 만약 무역합의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양국 갈등은 다소 진정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역합의마저 파기된다면 양국 관계 악화를 봉합할 수 있는 돌파구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도 중국이 1차 무역 협정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전하며 무역 부분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분야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